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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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일요일,
집에 도착한 시간은 1시 반.
씻고 누운 시간은 2시 반. 집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그렇게 나가려고 하는지.. 밖을 다니다가 침대에 눕는 순간 자동으로 나오는 말 ‘집이 최고야’. 청개구리 같은 기질 때문에 뒤늦게 깨닫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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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시 반에 깬 남편은 누워서 폰을 가지고 논다.
잠결에 뭐 하냐고 물어봤더니 유튜브로 공구를 보고 있단다. 소리도 없이 영상만 계속 돌려보고 조용히 놀고 있다. 그는 게임 영상도, 운동 영상도 소리 없이 보는 잔잔한 사람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쿨쿨쿨. 남편이 머리를 깎으러 간 사이에도 쿨쿨쿨. 일어나기 힘들어서 ‘일요일’이라 부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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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목이 하얗게 도드라질 정도로 깔끔하게 머리를 깎고 온 남편. 괜히 목 뒤를 쓰담쓰담거리며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이불속으로 쏙 들어온 남편도 다시 쿨쿨쿨. 요리책 몇 권을 머리맡에 두고 펼치지 않는다. 이상하게 오늘따라 배꼽시계도 울리지 않는다. 오후 한 시, 두 시.. 두 시를 넘기고 드디어 땅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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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8화를 보면서 과자를 뜯는다.
요리책을 보면서 음식을 해 먹을 줄 알았는데 먹는 건 과자였나. 수납장에 이것저것 채워놨는데 빈 공간이 생길 정도로 잘 먹고 있다. 남편은 목공놀이를 하면서 사포질, 스테인을 바른다. 나는 어제 페어에서 받아온 명함과 스티커들을 만지작 거리면서 하나씩 넘겨 본다. 그림도 그리고 야끼소바도 먹고 밀감을 먹었다. 틈만 나면 누워있는 우리. 나도 충전 중, 남편도 충전 중, 우리 둘 다 징하게 충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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