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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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월요일,
시간 참 빠르다.
여름의 끝자락 음반이 나와서 주구장창 노래를 듣고 알록달록 잎을 보면서 좋아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겨울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달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놀라는 감정은 더 자주 느끼고 있다. 오늘도 벌써 월요일, 크리스마스도 코 앞, 2020년도 코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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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남편 출근 준비를 돕는다.
입김을 호오호오 불어서 안경알을 닦고 밀감이랑 달걀을 까서 통에 넣는다. 사과가 똑 떨어졌으니 조만간 과일가게에 들러야겠다. 현관문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부엌 정리를 하고 나서 누워있으면 잘 도착했다는 남편 문자가 온다. 프로필 사진을 바뀐 걸 알아차린 것과 새벽부터 고맙다는 인사도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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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겪고 있는 목담.
괜찮아질 때마다 목이 삐걱거리면서 고통을 느끼고 있다. 오늘도 띠리띠리 이숭이. 미세먼지를 뚫고 담요랑 비슷한 재질의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빨았다. 이번 겨울에는 수면잠옷 덕을 톡톡히 봤다. 따뜻하고 포근한 게 아주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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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감을 까먹고 과자도 하나 뜯었다.
영화 ‘오직 그대만’을 봤다. 한효주와 소지섭의 호흡이 괜찮다. 앞을 잘 못 보는 역할을 꽤 잘 해내서 몰입도 잘 됐다. 내가 마치 소지섭인 듯, 한효주인 듯 코 끝이 찡-해지더니 같이 울었다. 흑흑흑. 연달아 한 편을 보려다 좀 피곤했는지 그새 침대에서 녹아버리고 말았다. 불도 다 켜 두고 정신없이 슉슉. 목공놀이를 하고 온다던 남편이 집에 가고 있다며 연락이 왔다. 그의 목공놀이, 오늘 하루 이야기와, 김밥을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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