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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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금요일,
토요일 같은 금요일.
반대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남편은 오늘도 일찍 일어나 목공 꿈나무로 변신했고 나는 여전히 꿈나무였다. 이불을 좋아하는 꿈나무. 빵야빵야 총싸움을 벌이며 추격전을 벌이는 꿈까지 꿔가며 박진감 넘치는 오전을 보냈다. 또띠아를 만들어먹으려고 해동을 하고, 달걀도 삶았지만 외출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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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따라 은행에 갔다.
은행, 산책, 동네빵집과 장을 보고 들어가는 거였지만 며칠 전에 만난 하트 코 고양이를 또 만나고 싶어서 밖을 나온 이유가 컸다. 따뜻한 물이랑 컵, 참치까지 챙겼지만 오늘도 실패. 다음을 기약하고는 동네빵집에서 빵 몇 개를 사고 마트에 가서 어묵탕 재료, 시금치랑 양상추, 마요네즈를 샀다. 눈에 들어오는 건 많지만 이성적으로 충동구매를 잘 막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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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어쩌다 보니 늦어진 첫 끼.
아 배고파. 오후 네 시에 먹는 아침 겸 점심 겸 저녁. 허기짐과 함께 먹는 빵과 커피, 우유는 말이 안 될 정도로 맛있다. 유독 할라피뇨 빵에 빠진 우리는 4일 동안 동네빵집에 출동을 하게 만들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13화를 보면서 먹는 여유로운 금요일 집 데이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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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도 목공꿈나무는 오후에도 목공꿈나무였다.
혼자 방에서 툭탁툭탁 온갖 소음을 내어도, 스테인을 슥슥 바르고 있어도 나는 꿈나무가 됐다. 소파에 누워서 다시 쿨쿨쿨. 자면서도 컴퓨터 게임을 하는 꿈을 꾸긴 했지만 달콤한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이숭이 왜 이렇게 많이 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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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해진 밤.
남편이 산책을 나가자고 한다. 낮에도 다녀왔는데 또 나가냐고 묻지만 금세 외투를 입고 나왔다. 동네 한 바퀴를 크게 돌고 오는 길에 들른 로또가게, 그리고 국밥집. 국밥 노래를 부르던 남편의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플러스 순대도 한 그릇 추가요. 밥 싹싹 긁어서 배를 통통거리면서 좀 더 걷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금요시네마는 영화 ‘원라인’. 잠들기 싫은 금요일, 토요일 밤의 경계에 머무른 우리는 과연 일찍 잘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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