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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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토요일,
9시에 꼭 꼭 꼭 깨워달라고 부탁을 했다.
평소에 듣는 알림음을 주말에 듣기엔 다소 부담스러워서 예쁜 소리로 바꿔놓는다. 알람도 맞춰놨으니 이제 잘만 일어나면 된다. 하지만 대실패. 남편이랑 둘이서 10시 넘어서까지 자고 말았다. 굳이 실패한 원인을 찾아보자면, 알람 소리가 예뻤다는 것, 일어나기 싫었다는 것, 이불속이 따뜻했다는 것, 새벽에 너무 자주 깼다는 것. 다 비겁한 변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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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커피로 시작하는 우리.
씻고 나왔더니 남편이 커피를 내려준다. 삶은 달걀과 사과를 깎아주는 센스까지 겸비한 사람. 대단해. 나는 아이스커피를 좋아하지만 요즘은 따뜻한 걸 마시고 있다. 갓 내린 커피 향기가 좋아서 괜히 킁킁킁거린다.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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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목공놀이를 하러 떠났다.
애니메이션 ‘모아나’를 이제 막 틀어서 보고 있는데 남편이 돌아왔다. 가방에서 튀어나온 동네빵집 빵. 오늘도 갑자기 빵을 먹는다. 할라피뇨 빵을 또 만나다니. 너무 좋아서 방방방 뛰었다. 어제 데자부같지만 우유를 꺼내고 커피를 다시 내렸다. 그리고 ‘괜찮아 사랑이야’ 14화. 휴식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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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모아나’를 봤다.
남편은 방에서 툭탁툭탁 거리며 목공놀이를 계속해나가고 있었다. 내 도움이 필요할 때면 방에 들어가 나무판을 잡아주거나 아주 잠깐 힘을 쓰고 나왔다. 드디어 서랍장 완성! 창고방에 들어갈 장을 설계하고 나무판 사포질하고 색칠, 조립까지. 시간을 쪼개어 취미를 하는 것도 대단한데, 결과물이 눈 앞에 있으니 신기하다. 땀 뻘뻘 흘리던 집념의 사나이와 2020년 첫 작품.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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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엔 통닭이 최고.
조용히 주문해놓고 통닭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도착하기 전에 말했더니 입꼬리가 이마까지 올라가는 그를 봤다. 현관문에서 받아온 남편은 오늘도 개다리춤을 춘다. 그 모습이 웃겨서 나도 같이 개다리춤을 췄다. 히히히. 닭다리랑 닭날개를 뜯으면서 영화 ‘화차’를 본다. 그리고 각자 폰을 가지고 놀고 있다. 누워서 떡먹기도 아닌 누워서 다리꼬기. 자다가도 다리를 꼬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이 살며시 풀어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누워있는 중. 늦게까지 놀고 싶은 토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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