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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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일요일,
어제 무리했던 내 눈, 남편 눈, 우리 눈.
드라마, 영화 ‘모아나’랑 ‘화차’, 그리고 ‘내부자들’. 영화를 보면서 통닭 파티가 끝났는데, 다시 영화가 시작되는 우리의 토요일 밤. 그때가 열 두시였고 내부자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가 새벽 세 시가 다됐다. 러닝타임이 3시간인 줄 알았으면 다른 날에 볼 걸.. 너무 현실이라 숨이 턱 막히지만 몰입해서 봤다. 나는 바로 기절해버렸고, 남편은 네시 반까지 폰을 가지고 놀다가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니 일요일 오전은 조용히 사라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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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꿈나무는 방 청소를 했다.
목공놀이는 준비와 정리 과정에서 꽤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 하나의 서랍장이 나오기까지 고민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그 양은 어마어마하고, 널브러진 공구들과 재료들도 엄청나다. 혼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정리를 하는데, 집 안에서 그의 동선을 기록하는 기계가 있다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을 것 같다. 어쨌든 정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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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부엌을 점령하는 남편.
지난번부터 그의 입에서 나온 ‘또띠아’는 과연 몇 번이었을까. 또띠아가 밖으로 나오는 동시에 재료들도 불려 나왔다. 닭고기를 굽고 양파, 파프리카, 양상추를 손질하고는 빵 위에 토마토소스를 듬뿍 펴 발랐다. 오늘도 나는 설거지 혹은 보조역할을 맡는다. 또띠아를 감싸는 게 번거롭고 어려웠지만, 수고로움을 알아주는 맛이었다. 냠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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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괜찮아 사랑이야’ 최종화까지 봤다.
영화 ‘써니’도 보고 커피도 내렸다. 여름 이후로 커피를 마시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원두 한 봉지를 꽤 빨리 비울 것 같다. 남편은 따뜻하게, 나는 차갑게 마시면서 여유를 부려보는 우리의 낮. 평화 대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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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해 먹어야 하는데 밥솥이 며칠을 쉬고 있다.
내일은 꼭 따뜻한 밥에 나물이랑 국을 끓여먹어야지. 12월 31일부터 오늘까지 우리는 엄청나게 먹었다. 동네빵집에, 라면, 돼지국밥, 스낵랩, 감자튀김과 고로케, 과자랑 커피, 아 막걸리까지. 그러니 나는 매일매일 날마다 자라고 있다. 흐흐. 내일부터는 건강한 식단을 먹는 우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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