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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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 월요일,
극과 극이었던 우리.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던 나와는 달리 남편은 잠에 들지 못했다. 저녁 먹으면서 마신 막걸리 한 잔으로 잠깐 눈을 붙였던 게 이유였을까. 그때가 두 시였는데도 단 한순간도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그러다 나도 잠깐 깼다가 눈을 감았는데 계속 뒤척인다. 다행인지 남편은 잠이 들었다. 수면안대를 눈 위에 올려주려다 깨워버렸지만.. 같이 누웠는데 교대로 잠을 자는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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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들리는 아름다운 소리는 뭐지?
자면서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잠결이라 뭔지는 몰라도 잔잔한 멜로디가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바로 그건, 남편이 새로 바꾼 알람음이었다. 결론은 알람은 소리가 크거나 짜증 나는 게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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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출근하는 남편.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는 나.
누구에게나 월요병이 찾아왔다. 바깥은 흐렸고 다시 잠들기 좋은 날씨였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 거실 식탁 쪽으로 다가갔다. 밀감을 까먹으면서 보는 영화 ‘벌새’. 보편적이고 찬란한 은희의 일상이 내게도 있었다. 은희에게 몰입이 돼서 스쳐 지나간 기억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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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반에 저녁 준비를 했다.
메뉴는 잡곡밥, 어묵탕, 두부부침과 시금치 무침. 잡곡과 조를 한 움큼씩 넣고 밥을 안친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동안에 시금치를 손질했다. 뿌리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고 흐르는 물에 몇 번을 씻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치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듬뿍 넣고 팍팍 무쳤다. 초록 반찬이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한 끼. 육수에 마법스프를 넣고 팔팔 끓였더니 그럴싸한 맛이 난다. 어묵 마법의 스프 만세. 노릇노릇 두부 부침과 김, 김치가 우리를 든든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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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초가 된 남편을 아주 높은 톤으로 반겼다.
그런 내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면서도 싫지 않은 눈치다. 한 번이라도 더 웃게 된달까. 낄낄낄거리며 식탁 앞에 앉아서 저녁밥을 맛있게 먹는다. 며칠 만에 밥을 했기도 하지만, 마주 보며 먹는 저녁밥은 언제 먹어도 좋다. 디저트는 밀감. 그리고 영화 ‘결혼 이야기’. 이렇게 월요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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