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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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목요일,
물 다섯 잔 마시기 프로젝트.
일어나서 한 잔, 생각날 때마다 한 잔씩 억지로라도 다섯 번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운동도 하고 밥도 잘 챙겨 먹으면 좋겠지만, 둘 다 쉽지 않다. 오늘은 라면의 유혹에 홀랑 넘어가버렸고, 달걀 하나 휙휙 풀어서 밥까지 말아먹었다. 맥심 커피도 한 잔 마시는 오후. 이숭이 시네마는 ‘좋아해줘’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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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이 울린다.
큰 맘먹고 12월에 지른 노트북이 도착했다. 직원분 두 명이 너무 공손하게, 소중하게 노트북을 받들고 있었다. 서명을 하고 나서 설치를 도와주겠냐는 물음에 사양을 했다. 설치보다도 한 명인 줄 알고 사과즙 하나를 들고 갔다가 당황했던 나였다. 하나 더 가져오겠다고 했더니 나눠 마시겠다면서 인사하고 가셨다. 새 노트북, 남편 오면 같이 뜯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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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 갔다 와서 저녁을 차린다.
메뉴는 된장찌개, 버섯볶음, 배추전과 잡곡밥. 계획은 달걀말이까지였는데 욕심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김 한 봉지를 뜯는다. 찌개를 끓이고 만가닥버섯을 재빠르게 볶았다. 그다음 배추를 적실 반죽을 만들었다. 너무 되지도, 물처럼 흐르지 않는 약간 걸쭉한 상태에 배추 열 장을 적시고 두 장씩 부친다. (약간의 소금 간 추천!) 콕 찍어 먹으려고 양념장도 만들었지만 맛이 없다. 그냥 본연의 맛을 느끼기 좋은, 고소하고 달달한 배추전에 빠진 우리. 배추 하나로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내일도 부쳐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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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뜯어서 구경하고 산책을 나왔다.
오늘은 준비성 있게 통 하나랑 참치 한 개를 챙겼다. 결론은 분리수거장 근처를 맴도는 고양이도 못 보고, 귀여운 하트 코 고양이도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추위를 뚫고 나란히 걷는 그 시간이 좋았다. 퇴근 후에 남편이랑 둘이서 나름대로 알차게 보내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운 밤. 돌아오는 길에 나무침대 프레임을 발견하고 챙겨 오는 남편. 오늘도 남편은 나무 줍줍이. 줍줍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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