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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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일요일,
굿모닝으로 인사하는 아침.
폰이나 컴퓨터 같은 기기를 바꾸면 새 거라 좋으면서도 마냥 귀찮아진다. 내 방에 마구마구 쌓아둔 짐처럼, 컴퓨터에도 뭐가 이리 많은지. 남편의 파일까지 합하면 엄청난 용량을 자랑할 만하다. 사진부터 불필요한 프로그램들까지 죄다 끌어모아서 외장하드로 옮기고, 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부지런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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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투썸 딸기 케이크가 먹고 싶어서 교환권으로 바꾸기로 했다. 호주머니에는 이미 천 원짜리가 몇 장 들어있다. 늘 배가 불러 못 가던 어묵가게에 가서 막대어묵 두 개씩을 먹는다. 결제는 당당하게 내가. 약국에 가서 주사기 두 개를 사고 다이소에도 들렀다. 투썸에 갔는데 딸기 상태가 좋지 않아서 요즘 나오지 않는다던 딸기 케이크. 교환권 가격에 맞춰 조각 케이크를 입맛대로 바꿔왔다. 갑자기 케이크 부자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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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커피를 내린다.
생크림 케이크랑 딸기치즈 케이크 두 개를 꺼냈다. 영화는 ‘살인자의 기억법’. 아주 오래전에 독서모임을 할 때 읽었던 책이라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영화 내용도 낯설고, 결말도 물음표를 찍었지만 꽤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설경구와 김남길 연기는 두 말할 것도 없고. 통영에 가면 책을 다시 꺼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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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남편을 관찰?했다.
만보기를 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가 살이 잘 찌지 않는 이유는 탄단지를 즐기는 것과 부지런함 때문일 것이다. 꽤 오랫동안 뚝딱거리면서 노트북 쿨러를 교체했다. 팬도 잘 돌아가는데 전원 스위치가 고장 난 바람에 버렸다고 했다. 응? 그리고 주사기로 향수 공병에 향수를 채웠고, 수건을 팡팡 털어서 넌다. 키보드 키스킨을 깔고, 빨래도 개고 에어컨 필터 청소도 끝냈다. 전선도 정리하다가 쓰레기도 버리고 오고, 인터넷 쇼핑도 했다. 오늘 하루 알차게 보냈다며, 쉬고 있는 남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바쁘고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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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남은 음식들이 다시 등장했다.
비빔면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찜닭이랑 참치김밥 한 줄을 꺼냈다. 달걀에 부쳐서 먹은 적이 없는 남편에게 새로운 맛을 보여준다. 역시 김밥전은 맛있었다. 이히히히. 하루가 느릿느릿 흘러간 것 같은데 벌써 잘 시간이 됐다. 남편은 마지막까지도 부지런히 움직인다. 운동을 한다나 뭐라나.. 굿모닝으로 시작했으니, 굿나잇으로 끝내야지.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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