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1월 13일 월요일,
잘 땐 괜찮았는데 갑자기 더워서 눈이 떠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 자리랑 바꿔서 잤는데 전기장판 온도가 3이다. 동시에 남편도 갑자기 더워서 깼고, 한 번은 추워서 깼다. 내 몸 쪽으로 이불을 쭈욱 당기다가 남편 몫까지 다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잘 자던 남편도 깨운다. 새벽에 외친 첫마디, ‘여보 미안’. 나는야 이불 도둑 이숭이.
.
오랜만에 떡을 구워주려고 해동시켰다.
가래떡처럼 단단하지 않고 물컹물컹한 인절미가 큰 변수였던 것 같다. 구울수록 사방으로 퍼지는 초록 괴물들. 가위로 자르지만 자르는 느낌이 아니었던 소똥 같은 것들. 결국 떡은 못 구워주겠다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
운동을 나가던 감을 잃어버렸나.
그건 변명이고 나가기 싫었겠지. 약속까지 했는데 오늘도 빼먹고 말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머리를 박박 감으면서 하루를 시작해본다. 점심은 비비고 야채버섯죽. 죽을 데워먹고 달걀 하나랑 두유 한 잔을 마셨다. 이불 빨래도 하고 내 사랑 수면잠옷, 수면양말을 모아서 빨아 널어둔다.
.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났더니 저녁이었다. 여러 가지 음식 후보를 떠올리다가 행동 개시! 메뉴는 잡곡밥, 참치김치찌개, 쌈배추와 김, 야채 치즈 달걀말이. 후다닥 움직인 덕분에 저녁을 잘 차렸다. 삑삑삑 문 여는 소리에 현관문으로 달려가다가 미끄러졌지만, 우리는 반갑게 서로를 반긴다.
.
배가 부른데 간식 배는 따로 있다.
오후에 커피가 마시고 싶었지만 참았는데, 남편이 먼저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자고 말을 꺼낸다. 바로 콜. 어제 사 온 초콜릿 케이크와 함께 마시는 커피. 따뜻한 온기가 가득 찬 우리집, 그리고 그 주변을 온통 차갑게 만드는 영화 ‘설국열차’가 곁에 있다.
.
요즘 좀 감정 기복이 있는지 괜찮았다가 무기력했다가를 반복한다. 울적하다고 생각한 건 아닌데 밝았던 내 모습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아마 게으르고 나태한 지금의 내가 싫어서 오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관성처럼 1월의 나는 차분한 듯, 때론 무기력하게, 에너지가 덜 움직이는 것 같다. 곧 벗어날 걸 알면서도 감정의 기복이, 부정적인 생각이, 무기력한 마음이, 밝지 않은 내가 낯설게만 느껴진다. 내일은 괜찮을 거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