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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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월요일,
11시에 누우면 확실히 밤이 길다.
몇 번을 깨더라도 다시 잠들 수 있는 시간이 많고, 많이 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하지만 시간과 관계없이 피곤한 월요일. 월요병을 없애려면 일요일에 출근을 하라 했던가. 아니면 월요일에 택배가 도착을 하도록 주문을 하라 했던가. 극복해보자 월요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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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남편을 배웅했다.
아직 덜 올라온 감정이, 무릎 언저리쯤에서 헤매고 있어서 목소리도 표정도 경직되어 있는 듯하다. 기분이 태도가 되기 싫어서 컨트롤을 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조용한 내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감정이 치고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면 올라오겠지. 잔잔한 음악을 곁에 두고 고구마 한 개랑 남은 죠리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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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엄마랑도 어색한 사이.
별 시답잖은 이야기만 늘어놓다가 전화를 끊었다. 2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인데 왜 이리 길게 느껴지던지. 안팎으로 감정의 소용돌이가 된 이숭이는 모든 게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편했던 집 마저 이상한, 이상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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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섬주섬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정처 없이 동네 주변을 걸었다. 갔던 길을 가다가 휙 돌아서 다른 방향으로도 걷는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사람도 구경하고, 장난치고 있는 고양이들도 한참 동안 바라본다. 흙을 파서 볼일을 보고 모래를 덮는 모습도 관찰하고 머리 위에 떠 있는 나무랑 나뭇가지들도 쳐다봤다. 길에 떨어진 쓰레기들, 벽보와 간판들, 개성 있는 벽과 담, 산책하는 강아지와 사람, 다양한 글씨들. 모든 게 영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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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저녁시간이 돼서 남편, 남편 친구랑 같이 밥을 먹었다.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 파티를 벌인다. 볶음밥을 먹는 나, 남편은 간짜장을, 친구는 매운 짬뽕을. 남길 거라고 예상했지만 깨끗이 비우고 카페까지 가는 우리들. 대화 주제가 갑자기 애완동물로 이어져서 멍멍이 종류, 고양이 종류를 검색하기 바빴던 세 사람. 나도 동물 키우고 싶은데... 책임감도, 돈도 없는..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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