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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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 금요일,
새벽 2시까지 폰을 가지고 놀다가 잠들었다.
8시 10분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눈을 뜬 건 8시 50분. 헙. 10시까지 큰집에 오라고 했는데.. 9시 20분에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늦었다. 폭풍 양치질, 폭풍 머리 감기, 폭풍 머리 말리기, 폭풍 옷 갈아입고 나오기. 폭풍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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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는 큰집에서 음식을 준비한다.
든든한 지원군 작은 형님네가 못 오신다고 하셔서, 남편이랑 나랑 큰 형님이랑 셋이서 손발을 맞췄다. 늘 일하기 전에는 배부터 든든히 채워주시는 큰 형님 덕분에 강정이랑 음료수, 떡국까지 먹고 뱃속부터 워밍업을 해나갔다. 나중에 밀감, 사과, 커피도 먹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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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화 시작.
1차 작업으로 남편이 전을 간단히 앞 뒤로 부치면, 2차는 내가 전달받아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파를 크게 썰어 반죽을 살짝 적신 파전을 앞뒤로 뒤집기 쉽지 않은데, 자칫 잘 못하면 찢어지거나 늘어나는 그것을 남편이 해냈다. 손목 스냅으로 휙휙 던져서 멋들어지게 성공. 실패를 모르는 남자를 향해 큰 형님과 나는 이 세상 감탄사를 다 끌어 모아서 외쳐줬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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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빨리 일을 끝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잔일들이 생겨서 형님 옆에서 우리는 보조 일꾼이 되었다. 이를테면 무 채썰기, 파 다듬기, 콩나물, 고사리 3번씩 씻어서 물기 빼기, 간 보기 등. 남편은 그릇 두 개만 씻으려고 장갑을 꼈다가 설거지 폭탄을 맞았고, 남편 놀리기에 재미들인 형님과 나는 있는 그릇, 없는 그릇 다 꺼내서 남편 곁으로 떠밀었다.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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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못 오신다던 작은 형님네가 일을 마치고, 미나리랑 삼겹살을 사들고 오신다고 했다. 오후 4시 반에 시작된 삼겹살 파티. 캠핑을 좋아하시는 아주버님 덕분에 갑자기 캠핑 온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고기도 열심히 구워주신다. 맥주에, 사이다, 그리고 꿀맛 같은 고기랑 미나리 조합. 오늘 일한 것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는 기분이랄까. 정신없이 먹어놓고 김치랑 미나리를 넣은 볶음밥까지 제대로 만들었다. 다들 배를 두드리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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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재빠르게 씻고 나왔다.
둘 다 고생했다며 다독이는 밤.
내일 들고 갈 짐들을 후다닥 챙기는 우리.
삼겹살이 맛있었다고 키득키득 웃는 우리.
음력 12월 30일, 2019년의 마지막 날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2019년 진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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