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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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목요일,
어제 커피를 많이 마셨나 보다.
11시에 잠들었지만 10번은 더 깬 것 같은 짧은 수면 시간. 일부러 폰을 안 봤지만 아침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밤새 비가 내린 것도 알고 있었다. 숙면을 못하는 게 힘들다면 저녁 커피도 금지, 두 잔 이상 커피도 금지야 이숭이. 세상에서 어려운 말.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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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두 개가 남았다.
남편 간식으로 한 개를 댕강댕강 잘라서 통에 담아주고, 나는 점심 전 간식으로 하나를 먹었다. 설날 지나면 과일을 사러 가야겠다. 사과도 두 개 남았고 밀감 한 박스는 다 먹은 지 옛날, 바나나도 안녕. 올해는 딸기가 맛있는지 모르겠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현혹되지 않았던 딸기의 늪. 뭐니 뭐니 해도 밀감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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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폰이랑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봤다.
눈이 빠질 것만 같아 늦은 오후에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긴급 문자가 온 것도 모르고 쿨쿨쿨. 남편이 퇴근하는 것도 모르고 쿨쿨쿨. 일어나서 밥을 데우고 저녁을 차린다. 메뉴는 오리고기구이, 쌈배추, 나물들. 나물을 보관하는 날이면 고민할 것도 없이 비빔밥이지만 오리고기한테 양보하기로 한다. 한 상을 차려놓고,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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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 받아온 선물세트를 정리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기름들이 몇 개나 나오는지. 내일 명절 음식하러 가는 것 말고는 일정이 없으니까 놀기 좋은 날이다. 디카페인으로 차가운 커피 한 잔, 따뜻한 커피 한 잔씩 내렸다. 이런 날엔 영화를 봐야지. ‘작전’을 보면서 찰지게 욕을 하는 ‘박희순’을 보면서 깔깔깔. 일기도 써야 하는데 색칠은커녕 스케치도 안 했다. 어제처럼 손날 주름이 닳도록 색칠을 끝내고, 일기만 쓰면 오늘 하루가 끝난다. 평화로운 밤, 평화로운 명절, 평화로운 우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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