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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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 일요일,
다들 일찍 자러 가고 우리 둘만 남았다.
일기를 다 쓰면 같이 자려고 기다려준다던 남편은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다. 폰을 가지고 놀다가 금세 눈을 감고 있었다. 얼굴에 폰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새벽. 그냥 편하게 자라고 깨우면 괜찮다며 안간힘으로 버텨본다. 곧 포기하고 말았지만, 장거리 운전을 했던 남편이 여태 깨어있었던 게 신기하기도 하고 고마웠다. 여보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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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다 못해 더웠던 친정집.
반팔을 입는 겨울이라니. 새벽에는 팔이 추워서 담요랑 이불을 덮었지만, 온기가 가득했던 공간이었다. 아침 9시에 눈을 떴다. 후다닥 씻고 아침 겸 점심으로 떡국 한 사발을 들이켠다. 모처럼 우리가 만났으니 어디든 밖으로 나갈 계획을 짜 본다. 후보는 사천과 합천 중에서 합천으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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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영상테마파크.
운전은 이서방, 총무는 오빠, 토크 및 강의는 아빠, 다과는 엄마, 조수석 및 분위기 메이커는 나. 렛츠고. 11시에 나와 1시간 반을 달려온 합천. 차가 거의 없어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차가 제법 많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라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넓고 볼거리가 많아서 무진장 재미있었다. 1920년대부터 80년대 배경의 드라마 세트장, 청와대 세트장이 있어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추억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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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든 사진 남기는 걸 좋아하는 아빠는 우리들, 그리고 엄마 사진의 전용 기사가 되어 있었다. 워낙 배경이 다양해서 아무데서나 포즈를 잡을 수 있는 이 곳이 흥미롭다. 특히 먹거리, 놀거리, 볼거리 축제 중이라 꼬마 손님들도 많다. 놀거리 부스로 다가갔다. 직원이랑 딱지치기 대결을 해서 이기면 먹거리 쿠폰을 받을 수 있다길래 도전! 한방에 딱지를 넘긴 이숭이는 딱지 제왕이었다. 어릴 때 많이 갖고 놀았던 굴렁쇠를 부드럽게 잘 굴리는 아빠의 솜씨에 반하게 된다. 속성으로 아빠한테서 강습을 받고 굴렁쇠를 굴려보지만 사방팔방 굴러다니는 발 달린 쇳덩어리일 뿐. 굴렁쇠가 이렇게 숨이 차는 놀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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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가까이 놀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도 빼먹지 않고 헤드뱅잉을 하는 이숭이는 목이 부러질 것만 같다. 총무님이 사주는 소고기 샤브샤브 파티. 배가 부르다고 하면서도 칼국수까지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먹는다. 이러니 살이 찌고 턱이 두 개가 되지. 돼지? 어제 몸무게를 보고 놀라서 황급히 내려온 기억이 떠올랐다. 살 좀 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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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했을 이서방이 잠깐 눈을 붙이는 동안에 네 명은 다시 모였다. 거실에서 돈 먹고 돈 먹는 놀이를 시작했다. 고스톱 뽕 게임. 남편 지갑에서 2만 원을 지원받아서, 남편 몫까지 열심히 패를 돌렸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4만 원을 땄다. 흐흐흐. 잊지 않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삶을 실천하는 이숭이는 격려 차원에서 엄마한테 2만 원을 드렸다. 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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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룻밤을 더 묵고 갈 우리였다.
하지만 내일 비 소식, 강풍 소식 때문에 날씨가 괜찮은 오늘 대구로 돌아가기로 했다. 친정에 오면 늘 하나라도 더 주시려고 이것저것 다 챙기시는 엄마. 사과랑 배 한 박스, 6가지 나물과 생선, 깨소금과 참기름, 강정과 튀김, 탕국, 떡국 고명, 새로 담근 깍두기, 식혜, 소불고기와 채소 등등. 올 때보다 더 무겁게 들고 가는 짐들을 보면서 ‘남기지 않고 감사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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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가기 전에 밈에 들렀다.
아이스커피를 사서 집으로 출발. 운명적인 타이밍 덕분에 차도 없고 날씨도 괜찮았다. 원래라면 잠과의 사투를 벌이며 졸았을 나는 잘 참아냈고, 명절 얘기, 이번에 겪었던 슬럼프 얘기 등을 나눴다. 명절 전에 외치던 파이팅이 안도의 한숨으로 바뀌던 순간이 찾아왔다. 명절 끝! 우리 둘 다 참 고생 많았다. 짝짝짝. 이제 푹 쉬고 놀아야지. 이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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