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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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화요일,
꿈을 몇 개나 꾼 걸까.
기억나는 것만 두 개. 정윤이, 윤정이가 우리 집에 놀러 온 거랑 LG회사에 합격해서 신입사원이 된 나에게 빨간 맨투맨 유니폼을 전달받는 꿈. 악몽을 꾸다가 잠깐 깼는데 2시밖에 안돼서 둘이서 굉장히 기뻐했었던 지난밤의 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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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웅을 하고 나면 부엌 정리를 한다.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데, 그때 바로 남편한테 문자를 보낸다. 안녕 인사든, 고맙다는 말이나, 그냥 아무 말이든 매일매일 보낸다. 그러면 남편은 회사에 잘 도착했다며 답장을 보내왔다. 우리 둘만의 문자 루틴. 오늘도 오고 가는 글자들이 서로의 마음을 켜켜이 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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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차를 우린다.
물 색이 노랗게 바뀌기만을 기다린다. 음악을 틀거나 컴퓨터를 켜거나, 폰을 보면서. 귀여운 노란 찰떡 두 개, 달걀 한 개, 밀감 네 개는 아침밥이자 점심밥이었다. 보고 싶었던 영화 ‘남과 여’를 봤다. 숨 죽여서 봤던 공유님의 뒤태.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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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켜자마자 보이는 ‘입춘’두 글자.
오늘따라 유난히 추운데 봄이라니. 우리집 현관문에 붙여둔 ‘입춘대길’ 종이는 봄여름가을겨울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봄이 찾아왔다. 조만간 라일락 향기가 풍겨오겠지. 우리는 라일락 나무에 다가서서 코를 갖다 대고 킁킁거리겠지. 봄은 좋아하지만 겨울을 보내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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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기로 했다.
나는 쫄래쫄래 따라갔다가 둘이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기로 했다. 급하게 찍어 바르느라 눈을 그릴 새 없이, 앞머리를 펼 시간이 없이 그냥 나갔다. 정말 살짝 도움이 되어드리고는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용돈을 주셨다.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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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을 시간이 한참 지났다.
신천 토스트를 허겁지겁 와구와구 먹었다. 시장도 시장인데 맛있어서 금방 해치우고, 분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묵, 순대, 염통 꼬치를 순식간에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너무 맛있었는지, 만족스러웠는지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콧노래 플러스 막무가내 이숭이창법. 집에 와서도 노래를 부르고 일기를 쓰는 동안에도 흥얼거리고 있다. 이히히히. 배부르면 기분 좋아지는 이숭이는 오늘도 해피해피. 평화로운 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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