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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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월요일,
월요일이면 6시에 울리는 시계.
폭탄 맞은 머리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이숭이. 카키색 가래떡을 굽고 통에 담기 전에 식혀둔다. 사각사각 사과도 동글동글 달걀도 오늘의 간식. 발목이 짧은 양말을 신는 남편에게 긴 양말을 신으라고 했다. 귀찮았는지 그대로 신고 가던데, 나중에 ‘나이 먹으니까 발목이 시리다’는 문자가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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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쯤 아빠 엄마랑 통화를 했다.
36번째 결혼기념일. 축하 인사를 건넸더니, 알고 있었냐며 놀래시는 눈치다. 마스크 얘기, 날씨 얘기, 오늘 하루 일정은 어떤지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우리. 마지막 인사는 늘 ‘사랑한다’는 말로 다정하게. 두 분이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요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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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루틴대로 물을 끓이고 현미차를 우려냈다.
물먹는 하마가 될 각오로 틈틈이 물을 들이켰다. 옆에는 바나나 한 개, 달걀 한 개, 밀감 다섯 개를 두고 하나씩 먹는다. 바나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맛있는 바나나를 좋아하는 거였다. 이번 건 좀 별로.

목공꿈나무는 8시에 집으로 왔다.
미리 육수를 만들어 놓고 떡국을 끓인다. 만두랑 굴이 들어간 우리의 떡국. 김가루를 뿌리고 노랑, 하양, 갈색 고명을 올려서 냠냠냠. 알록달록 떡국이 귀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김치랑 쌈배추는 반찬으로 냠냠냠. 뜨끈하고 따스운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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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준비할 때 갑자기 거실 조명 하나가 떨어졌다.
위치가 컴퓨터를 할 때 앉는 자리여서 놀랬던 나. 오늘도 그 자리에 자주 앉아 있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휴우. 천만다행이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장난을 치고 도망을 갔다. 화장실로 숨어버린다. 고무장갑을 벗고 남편을 잡으러 호다다닥 달려갔는데 미끄러져서 화장실 앞에서 쓰러진 나. 대 자로 뻗은 나. 나 뭐하냐. 아픈데 웃기고 그래. 낄낄낄. 다이나믹한 월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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