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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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토요일,
8시 30분에 눈이 번쩍 떠졌다.
남편을 부른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아니고, 그냥 남편을 불렀다. 내 더위 사가라. 캬캬캬. 남편한테 더위를 팔았다. 이번 더위도 잘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완전히 일어난 건 10시 30분이었지만, 꽤 맑은 정신으로 토요일을 맞이했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는 건 세상의 진리일까. 이렇게 말해놓고도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난 새나라의 어른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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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를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 밥을 안쳤다. 이번 정월대보름은 조용히 지나갈 생각으로 나물도, 부럼도 다 생략했다. 밤이랑 조, 잡곡이 들어간 밥, 어묵탕, 쌈배추와 반찬들, 잡채를 차린다. 생각해보니 오늘 제일 잘 챙겨 먹은 한 끼였다. 소화도 시킬 겸 드라마 ‘또 오해영’ 2화를 본다. 매력쟁이 서현진을 보면 그냥 웃음이 나왔다. 왜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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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따시고 배부르니 잠이 솔솔 온다.
둘 다 눈꺼풀이 무거운지 눈 크기가 몹시 작아졌다. 방에 가서 30분이라도 낮잠을 자자고 꼬드겨본다. 장판에 불을 켜놓고 누워서 폰을 갖고 노는 우리. 10분도 채 안 지났는데 꿈나라를 떠나고 말았다. 낮잠 삼매경. 단잠에 빠진 오후 3시. 토요일에 늘어지도록 늦잠 자고 낮잠 자는 일상이 참 평화롭다. 아으,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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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갔다.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갔다가 공인인증서 재발급을 위해 출동했다. 갑자기 찾아온 오후 4시 반의 자유시간. 일단 맥심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컴퓨터를 켰다. 보리차를 두 주전자를 우렸나.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보면서 홀짝홀짝 마신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주연인 에디 레드메인에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너무 비슷한 모습과 섬세한 연기에 또 입이 떡 벌어진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양파 같달까. 캬. 잘 몰랐던 스티븐 호킹의 인생을, 열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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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집에 왔다.
예상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와서 신난 이숭이. 현관문 띡띡띡 소리가 나는 동시에 호다닥 달려가 반겼다. 헤헤. 외투도 손도 얼굴도 차가워서 얼른 녹여주려고 터치터치하기 바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봉지 하나. 며칠 전에 먹은 신천 토스트, 그 토스트를 사 왔다.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 또 먹다니.. 오예. 내 생각해서 사온 마음이 고마워서, 예뻐서 더 신나게 먹는다. 우리 남편 최고. 토스트 최고. 토요일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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