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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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금요일,
요즘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밤샘하고 싶은 목요일이었지만 일찍 자러 갔던 나. 알람 소리를 듣고 8시 반에 일어났다.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개운하게 씻고 나와서 물 한 잔을 마신다. 볶은 현미를 꺼내서 우리는 시간. 따뜻한 한 모금이 따뜻한 시간. 남편은 1월이랑 다른? 생활을 보내고 있는 나를 보며 놀란다. 오늘 회사에 가지 않는 남편이, 누워서 꼬물꼬물 쉬고 있는 남편이, 평일에 같이 있어서 좋은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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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꿈나무는 목공방에 들어갔다.
한참을 뚝딱거리더니 ‘똥멍청이!!!!’를 외치면서 방을 나왔다. 이 소리는 목공 작업을 하는데 주문한 나무 크기가 안 맞을 때 내는 소리였다. 즉, 나무 주문을 잘못했다. 그때부터 목공 작업은 올스톱. 설계도를 다시 그리더니 깊은 한숨만 들려온다. 휴일에 다 끝낼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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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정비소에 가서 차를 맡기고 머리를 깎았다.
2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 우리는 외출을 했다. 동네빵집에 가서 앉아있고 싶으면서도, 집에서 먹고 싶어서 빵만 사 오기로 한다. 두 개 남은 할라피뇨 빵을 싹 쓸어 왔다. 욕심부리느라 여러 개를 사고 시장으로 갔다. 빵 냄새가 코 끝에서 콕콕 찌른다. 유혹을 잘 참았어야 했는데, 시장에서 시장 때문에 분식집을 털었다. 갑자기 떡볶이랑 어묵, 튀김을 먹는 우리. 어묵은 꼬들꼬들한 걸 좋아하고 한 개는 아쉬워서 최소 두 개를 먹는 편이다. 맛있게 먹었지만, 동네 단골 떡볶이집이 되기엔 뭔가 아쉬운 맛. 단골 야채가게에 가서 쌈배추, 그리고 감자 두 개, 애호박 한 개를 담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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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산 원두를 갈았다.
콩이 작고 단단해서 슥슥 갈기 힘들다. 두 바퀴 정도 돌리고 바로 남편한테 토스. 배가 불러서 빵에게 눈길을 안주는 남편과 달리 혼자서 이 빵 저 빵 골고루 다 먹었다. 꽃처럼 여러 가지 향기가 나는 봄커피랑 빵은 잘 어울린다. 배가 불러도 맛있다. 히히히. 영화 ‘우아한 세계’, 드라마 ‘또 오해영’을 봤다. 한동안 최민식 영화를 보니까 영화가 헷갈리던데 이번엔 송강호 등장. 나는 영화를 과연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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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후에 승강기 점검으로 10층까지 걸어왔다.
항상 앞에 선 남편을 놀리다 보니, 안 잡히려고 쫑쫑걸음 또는 뛰어서 도망가던 황새 남편. 그를 잡으러 쫓아가던 뱁새 이숭이는 가랑이가 찢어질 뻔했던 기억. 그리고 둘이서 ‘영화 제목 맞히기’ 몸짓 발짓 놀이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쿡쿡 웃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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