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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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목요일,
남편이 내 볼을 만진다.
애기 피부 같다고 하던데 공감은 없다. 만져보니 거칠기만 한데 계속 애기피부라고 해서 멋쩍어진 나. 그러고 보니 남편이 안경을 안 꼈다. 안경을 끼고 다시 보라고 말했다. 끝까지 애기피부같다고 하는 남편에게 건넨 말. “어떤 애기?????” 거울을 봐도, 슥슥 얼굴을 만져봐도 납득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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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같은 목요일.
평일처럼 아침을 보낸다. 남편이 가고 나서 잠깐 누웠다가 곧바로 다시 일어났다. 겨울에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들을 총출동시켰다. 수면양말, 수면바지, 수면잠옷, 작은 담요, 큰 담요, 후리스. 모두 다 세탁기에 넣고 씽씽씽 돌렸다. 햇살에 담요들을 펼쳐두고 환기시키는 아침이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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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차를 마시고 바나나, 찰떡 하나, 요거트 한 개, 사과 세 조각을 먹었다. 많이 먹었나? 일찍 움직이는 만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가 보다. 뭔가를 계속 먹게 되네. 틈틈이 물을 마셨더니 현미차 한 주전자를 다 마셨다. 물이 부족했는지 보리차를 꺼내서 우린다. 여름에 즐겨 마시던 보리차가 겨울에도 나오다니. 물먹는 이숭이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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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이 느껴지는 것 같아 잠시 누웠다.
그 시간마저 꿈을 꾸긴 했지만 정신을 놓고 잠을 잤다. 눈을 떠 보니 6시가 다 돼간다. 저녁밥을 준비하는 주부가 제일 바빠지는 시간. 부랴부랴 밥을 안치고 어묵탕을 끓였다. 물 조절을 실패했더니 한 솥이다. 어묵을 넣고 잠시 다른 거 준비하는 사이에 탈출하려는 어묵들을 겨우 붙잡는다. 쑥도 넣어야 하는데. 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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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남편이 도착했고 있는 거 가지고 먹기로 했다. 멸치볶음, 김, 쌈배추. 아마씨를 톡톡 떨어뜨린 쌈장에 콕콕 찍어 먹는 배추는 참 달다. 남편은 토끼처럼 오물오물, 나는 애벌레처럼 오물오물. 어떤 밥상이든 잘 먹어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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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회사에 가지 않는 남편 덕분에 우리는 오늘 밤을 너무나도 마음 편하게 쉬고 있다. 아까 새로 우려 놓은 보리차를 나눠 마시고, 까드득 나쵸를 먹는 밤. 발가락을 까딱거리는 남편을 보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카페에 가려다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심심할 땐 영화가 최고. 스릴러를 찾다가 ‘해어화’를 틀었다. 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 반전도 있고 음악도 있고 굿. 물이나 마시고 자야지. 나는야 하마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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