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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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일 수요일,
자다 깨서 시계를 봤을 땐 1시 반이라서 기뻐했는데..
그 이후에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우리 둘 다 못 일어나서 골골골. 더 자고 싶어.. 잠든 사이에 비가 내렸나 보다. 날씨에 반응하는 내 몸은 역시나 무거웠고, 차분하다 못해 묵직한 공기가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창 밖은 빗소리와 물기를 머금은 젖은 땅소리가 가득하다. 비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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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고 나서 다시 누웠다.
보통 회사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고 답장을 바로 하는 편인데, 오늘은 문자 온 것도 모르고 푹 잤다. 더 자고 싶지만 부지런히 울리는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보리차를 끓이고 홀짝이는 시간. 스트레칭을 하고 종아리와 다리 근육을 풀어주면서 이완시켜준다. 요가도, 명상도 하고 싶은 고요한 오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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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를 틀어 습기를 날렸다.
수건 건조대를 거실로 들고 와서 바싹 말리고 요거트랑 사과를 먹는다. 물 같은 거 말고 배를 채울 것이 필요하다. 밥 달라고 꼬르륵거리는 솔직한 내 배. 달걀을 삶아서 두 개를 먹었더니 금세 허기가 사라졌다. 날씨랑 어울리는 잔잔한 영화가 보고 싶어서 둘러보다가 제목에 끌린 영화 ‘케이크메이커’. 달콤한 디저트나 빵이 나올 것 같아 왠지 모를 기대감이 증폭됐다. 생각지도 못한 내용에 당황스럽지만 몰입해서 봤다. 대사가 많지 않아서 괜찮았달까. 음악이나 표정에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던 섬세한 연출에 놀라고, 특유의 절제된 분위기 덕분에 여운이 남았던 영화였다. OST는 또 어찌나 적절한지. 일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아까의 몽롱함이 다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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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음식이 먹고 싶다.
통닭이나 양꼬치, 돈까스 같은 것들. 이도 저도 아니면 한정식을 먹자고 해야지. 여러 후보들을 추리고 추려서 나는 양꼬치, 남편은 통닭으로 좁혔다. 남편이 양보해준 덕분에 오늘은 양꼬치를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왔다며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사장님. 간단하게 양꼬치 2인분이랑 계란볶음밥을 먹어보자. 큰 사발 계란탕이 같이 나왔다. 이게 서비스라니! 고맙습니다! 삼삼한 세모 모양 볶음밥이 맛있어서, 양꼬치집에서 자주 먹는다. 양꼬치 1인분을 더 먹었더니 이제야 배가 부르다. 캬, 이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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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를 사러 갔다.
쫑쫑걸음으로 빠르게 편의점까지 걸어갔다. 남편은 오천 원어치를 할지 만원 어치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어차피 로또는 안 될 거니까 오천원만 쓰고, 남은 돈은 내게 달라고 했다. 갑자기 용돈이 생겼다. 반면에 눈뜨고 털린 남편.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낄낄낄 깔깔깔 신나게 웃었다. 이래 놓고 로또 당첨되었으면 하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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