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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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토요일,
자다가 남편 손에 눈이 찔렸다.
잠결에 번쩍번쩍거림을 느끼는 동시에, 눈을 가리다가 다시 잠들고 마는 나. 잘 때조차 평범하게 잘 수 없는 우리인가. 시트콤 인생, 새벽에도 추억거리 하나를 만들었다. 늦잠도 잤는데 꿈은 왜 이렇게 생생한지. 푹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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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잠시 밖을 나갔다.
부모님 일을 도와드릴 겸 주문 제작한 상품을 배송하러 갔다. 그 사이에 나는 나무늘보처럼 늘어져있다가 슬금슬금 움직여본다. 사과를 씻고 보리차를 우린다. 달걀을 삶고 영화 ‘시크릿 세탁소’를 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집에 온 남편을 보며 방방 뛴다. 남편도 반갑고, 손에 쥔 비닐도 반갑고 반갑구만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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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님댁에 화분 받침대를 갖다 드렸다.
사과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고 알랑방귀를 꼈더니 사과 다섯 개를 챙겨 주셨다고 한다. 낄낄낄. 잘 먹겠다고 인사를 드리고 나니 문자로 보내 주신 인증사진들. 귀여운 다육이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더 귀여워 보였다. 그리고 동네빵집에 들러 빵 쇼핑을 신나게 하고 왔다. 식빵에 우리가 좋아하는 카야버터 브레첼, 할라피뇨 치즈 등등등. 원두까지 사들고 선물 받은 아이스커피도 있다. 역시 커피랑 빵은 잘 어울린다. 이럴 땐 ‘또 오해영’을 봐야지. 오늘은 10화.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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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꿈나무가 다시 활동을 한다.
이번에는 전기 작업. 배선을 연결하고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을 할 때면 호돌돌 무서워한다. 스위치를 만들고 있을 때 나는 ‘시크릿 세탁소’를 이어 봤다. 어제 본 ‘블랙 머니’랑 비슷한 내용의 영화. 종이 쪼가리 회사의 비리를 세상에 드러나게 한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을 다룬다. 돈세탁과 탈세에 관한 고발성 영화. 메릴 스트립이 나온다는 이유로 보게 됐는데, 금융 영화라 쉽진 않지만 모사크와 폰세카가 계속 등장하면서 설명을 해주는 덕분에 이해할 수 있었다. 하, 있는 사람이 더 한다더니... 알고 보면 씁쓸한 영화 여기 추가요. (아, 최근에 매력을 느낀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배우도 잠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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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로제파스타.
엄마가 안 쓴다며 주신 파스타 냄비로 면을 삶았다. 그리 편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써보기로 했다. 남편은 양송이버섯이랑 청양고추, 양파랑 마늘을 실컷 넣어 맛깔나게 만들어줬다. 나는 재료 손질과 기본 설거지, 상 차리는 역할을 맡는다. 치즈가루를 솔솔 뿌려 호로로록 마시는? 우리들의 파스타. 여기 파스타 맛집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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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현실이 공포, 스릴러이긴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필요했다. 게임을 하든, 드라마를 보든, 청소를 하든, 무엇이든. 왠지 토요일 밤엔 으스스한 영화 한 편을 봐야 할 것 같은 느낌. 공포는 무서워하니까 범죄/스릴러 장르에 교집합이 생겼다. ‘이웃 사람’을 보고 나서 강풀 작가 웹툰인 걸 알았다. 웹툰을 안 봤으니 결말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 채로 몰입해가며 봤다. 으으으. 정봉이 아버지 너무 무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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