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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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일요일,
서쪽에서 해가 뜬 날.
알람 소리도 없이 남편보다 일찍 일어났다. 웬일인지 벌떡 일어나서 바로 씻고 나왔다. 달걀을 삶고 보리차를 우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남편은 침대와 하나가 되어 꼬물꼬물거리고 있다. 언제 그렇듯 남편이 주말에 늘어져있을 때 괜히 기분이 좋다. 치열하게 지낸 평일에 대한 달콤한 보상을 잘 받은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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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본 마늘빵 레시피를 보고 도전을 해본다. 일단 재료가 간단하다. 요즘 우리집의 만능재료인 마요네즈가 등장했다. 빵(식빵, 바게트 같은)을 먹기 좋게 자르고, 그 위에 소스를 발라서 에어프라이어에 6~8분 정도 구워낸다. 소스는 작은 스푼으로 마요네즈 3, 설탕 2, 다진 마늘 1. 집을 가득 채운 마늘 향기. 다행히 남편은 정말 맛있게 먹어줬다. 생크림에 콕 찍어 먹으면 더 맛있는 마늘빵. 또 만들어줘도 될 간식이 하나 더 늘었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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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11화를 보면서 간식을 먹었다.
미세먼지도 없이 깨끗한 날인데 우리는 집에 있다. 슬픈 소식들이 매일매일 생기는 요즘, 겁도 나고 힘이 쭈욱 빠진다. 결혼 후에 집순이 기질이 강한 나는 괜찮은데, 반면에 남편이 외출을 못하는 것에 유독 힘들어했다. 가만히 못 있는 성격. 최근에 목공 작업을 끝냈고, 새로 주문한 나무가 배송되지 않아서 할 일이 없다. 우리는 베란다에 의자를 펼쳐놓고 광합성을 해본다. 따뜻한 노래를 들으니 꽤 평화로워졌다. 그리고 꽤 뜨거운 대구의 햇살. 한참을 앉아 있다가 거실 테이블을 기준으로 10바퀴를 돌았나. 둘이서 하는 꼬리물기 놀이까지. 심심한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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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방전된 이숭이.
낮잠을 1시간 반 이상을 자고 일어났다. 어둑어둑해진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통닭을 시켰다. 재료도 다 사놓고 배달음식을 시키는 건 우리의 특기랄까.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정한 게 우리가 즐겨먹는 처갓집. 간장이랑 양념을 주문한다는 게 양념이랑 슈프림 양념으로 잘못 눌렀다. 결국은 양념통닭 파티. 맛있게 잘 먹었지만, 아쉬운 건 왜일까. 약속한 대로 밤에는 으스스한 스릴러 영화를 틀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보면서 한 때 떠들썩했던 사건들이 떠올랐다. 아휴. 세상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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