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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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월요일,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월요일.
평소라면 6시에 알람이 울리는데 폰도 늦잠을 잔다. 암막커튼 덕분에 시간을 모르고 잘 수 있지만, 8시 30분에 눈을 뜬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남편은 오늘내일 출근을 못 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도로가 조용하다. 경적소리, 자동차 소리가 사라지고, 사람들도 거의 돌아다니지 않는다.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그럼에도 누군가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대구, 경북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받지 않기를, 다시 활발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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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목공을 즐기는 남편은 오늘은 새로운 걸 펼쳤다.
목공이 취미인 줄 알았는데 ‘공구 펼치기’가 취미였던 걸까. 자전거를 뒤집어 놓고 혼자서 계속 바쁘다. 기름칠도 하고 기어, 체인 등 하나하나 세심하게 손을 보고 있다. 그러다 바리스타로 변신해서 커피를 내려주는 가 하면, 빨래를 같이 팡팡 털어서 너는 멀티플레이어였다. 아침 대용으로 먹는 빵과 배. ‘또 오해영’ 12화 보면서도 깔깔깔. 평일에 같이 있으니 무척 신난다. 그냥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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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안치고 같이 상을 차렸다.
남편이 시금치를 직접 손질하고 데치는 동안, 나는 얼큰한 청국장을 끓인다. 노릇노릇 두부도 구웠다. 참기름이랑 깨소금 팍팍 넣고 무친 시금치, 그리고 국물의 간을 보는 건 남편의 역할. 둘이서 소꿉놀이를 하듯 한 끼를 잘 만들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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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남편은 잠깐 부모님께 갔다.
늦게 올 줄 알았는데 7시쯤에 돌아왔다. 이제는 익숙한 마스크 착용한 모습. 오자마자 깨끗이 씻어내고 저녁을 챙겨 먹는다. 메뉴는 아까 만든 청국장, 찐만두, 묵은지 무침과 시금치무침. 후식은 딸기. 다 치우고 나서 쓰레기랑 분리배출을 할 겸 밖에 나간 우리는 마트에 들렀다. 마요네즈, 우유, 버섯 등 식자재들을 이것저것 담는다. 어째 식비가 더 드는 것 같다? 당분간 마트도 안녕. 외출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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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는 ‘그림자 살인’.
의외로 재미있게 봤다. 머리가 많이 길었는지 무겁기만 한 내 머리. 삥삥 감아서 똥머리를 하고 있는데 뒷목이 시원한 게 마음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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