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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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화요일,
새벽 2시쯤에 잠들고 8시 반에 일어났다.
휴일이 길어지거나, 주말이면 늦게 자고 싶은 야행성 두 사람. 각자 폰을 가지고 놀다가도 한 명이 자려고 눕거나 눈을 감고 있으면, 남은 한 명도 폰을 내려놓는다. 우리만의 생활 스타일이랄까.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빗소리에 깨는 화요일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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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땅이 젖은 소리도, 회색빛 하늘도, 저 멀리 보이는 또렷한 산나무들도 그저 좋았다. 원래라면 음악을 바로 틀지만 그 순간만큼은 바깥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톡톡톡. 쏴아 쏴아. 빗소리가 좋다고 호들갑을 떠는 이숭이는 오늘도 호들갑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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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로 일찍 챙겨 먹는다.
보리차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듯, 맛있는 걸 떠올리다가 짜파구리를 생각해냈다. 만장일치 통과! 고급진 한우 채끝살은 없어도 우리에겐 청양고추, 버섯, 양파, 햄이 있다. 남편은 레시피를 찾아보더니 하나둘씩 준비하기 시작했다. 짜파게티 두 개랑 너구리 한 개. 야채를 따로 볶다가 면이랑 섞는 방식이 마치 파스타를 만드는 방식이다. 짜작짜작하게 소스를 비비고 그 위에 삶은 달걀을 쭈우욱 올렸다. 둘 다 이번 생에 짜파구리가 처음이라 신기하고, 매콤하게 맛있는 경험을 했다. 짜짜라짜 짜파구리 요리사 최고. 우리집엔 ‘또 오해영’ 13화 방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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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면서 오후를 보낸다.
사진을 보정하다가 딴짓하기 바쁜 두 사람. 어제랑 어제 계속 업되어 있는 이숭이는 하루 종일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가 커진다 싶으면 절제하다가도 고래고래 방출해내고 만다. 소음공해를 참고 있는 남편이 고마울 따름. 틈틈이 이야기도 나누고 폰도 가지고 놀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낭비해가며 잘 놀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당근 마켓에 빠져서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하나둘씩 올렸다. 당근 마켓 좋아하는 우리는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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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이저로 딸기주스를 마셨다.
어머님이 주신 딸기 한 박스. 갈아서 그 위에 우유를 넣고 달달하게 만들어줬더니, 남편은 맛있다며 알랑방귀를 뀐다. 흐흐. 어깨가 으쓱해진 나는 더 예쁘게 만들어 볼 거라고 거품까지 내고 딸기를 올렸더니 컵 밖으로 주스가 탈출하고 있다. 줄줄줄. 흘러내리지마.. 심지어 먹다가 바지에도 흘리는 대참사 발생. 욕심이 과했나 보다. 아이참. 남은 통닭을 먹고 ‘또 오해영’ 14화를 봤다.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마스크를 쓰고 ATM기에 다녀왔다.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일요일인 줄 알았는데 화요일이었다니.. 아이참. 그나저나 우리 둘 다 속이 왜 이리 울렁거리는지. 울렁울렁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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