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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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금요일,
아침 겸 점심은 바나나 한 개, 삶은 달걀, 그리고 보리차. 바나나 하나가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날이다. 며칠 전보다 온도가 내려간 탓에 발목이 긴 양말을 신고, 담요를 돌돌 감고 있었다. 웬일인지 보리차가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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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통화를 했다.
마스크, 택배, 음식, 세상 이야기 등등 다양한 주제들이 오갔다. 늘 마지막엔 ‘사랑해’의 다정한 말. 이 순간이 제일 좋다. 5시 반쯤 저녁 준비를 할 때 부재중 한 통이 떠있다. 시금치 무침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식초 한 두 방울이 들어가면 몸에도 좋고 맛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식초 톡톡톡. 무슨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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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잡곡밥, 장어구이, 어묵탕과 시금치무침, 깻잎과 김. 밑반찬을 이틀에 한 번씩은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밑반찬이 쌓여있으면 든든하면서도, 부담스러워지는 양가감정의 이숭이. 그래서 보통은 두 개정도를 만들어놓고 돌려먹는 편이다. 오늘의 메인 요리는 장어구이. 반은 그냥 굽고, 반은 양념을 발랐다. 저번에 생선 전용 후라이팬을 샀는데 드디어 처음 사용해 본다. 뚜껑을 닫아야 효과가 있는 걸 열어두고 구우면, 왜 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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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만에 같이 저녁밥을 먹었다.
갓 지은 따뜻한 밥과 함께, 우리가 함께 먹는 밥이 참 맛있다. 유난히 일주일을 열심히 보낸 남편을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차린 밥이 오늘따라 빛나 보일 정도였다. 장어도 맛있고, 깻잎도 맛있고 어묵볶음도 맛있다. 식초 살짝 넣은 시금치는 별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냥 참기름 깨소금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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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다 열어두고 생선 냄새를 뺐더니 집이 차갑다.
설거지를 하는 사이에 남편은 잠깐 침대에 녹아내렸다. 그러다 둘 다 누워서 폰을 가지고 노는 시간. 각자 노느라 일어날 생각이 없다. 저녁 커피와 영화가 유혹을 하는데 꿈쩍도 않는 우리. ‘하나 둘 셋’하면 일어나자고 하더니 ‘하나 둘 셋’을 외치지 않는 건 뭐람. 깔깔깔. 혹시나 잠을 못 잘 것만 같아서 커피는 내일 마시기로 하고 사이다랑 보리차를 마신다. 영화 ‘악인전’을 보면서 콘칲은 덤으로. 금요일 밤, 그리고 주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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