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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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토요일,
새벽 2시에 자고 9시 반에 깬 우리.
암막커튼은 바깥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게 빛을 숨겨준다. 늦게 잤으니까 늦잠을 자도 된다며 나만의 합리화를 해본다. 약국도 가야 하고 시장도 가야 하고 빵집에도 가야 하는데, 우리는 언제 일어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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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근처 약국에 마스크가 입고됐다는 말을 꺼냈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는 남편과 차를 타고 싶은 나. 결국은 부릉이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1차는 이미 품절됐다. 네이버 메인에 떠 있는 ‘내 주변 공적 마스크 판매처’를 눌렀다. 실시간으로 마스크 재고를 확인할 수 있고 입고 대기, 판매 중, 품절을 표시하고 있다. 약국마다 들어오는 수량을 볼 수 있어서 나의 가능성도 가늠해보는 장점이 있달까. 다행히 2차 장소에서는 순위권? 안에 들어서 마스크를 샀다. 몇 번만에 얻은 마스크인가.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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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시장으로 갔다.
과일가게 직원의 말에 현혹된 자여. 우리에겐 딸기가 가득할 지어다. 양배추 한 통, 마늘, 사과를 담고 동네빵집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식빵 두 개, 할라피뇨 치즈랑 바게트를 샀는데 아이스커피가 생겼다. 호로록 아이 시원해. 빨리 집에 가서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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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하는 빵놀이.
별의별 재료를 다 넣어 만드는 대왕 칼로리 토스트. 재빠르게 만들어 보자고 시간을 쟀는데 뭔 한 시간이 걸리나. 틈틈이 설거지를 하니까 세월아 네월아 허송세월 토스트가 완성됐다. 계란을 풀고 당근이랑 양파를 섞고, 내사랑 미나리도 넣었다. 한 입 베어 먹기 힘든 토스트여도, 만드는데 오래 걸려도 맛있기만 한 우리의 토스트. 역시 오늘 만든 빵이라 더 맛깔난 걸지도 모른다. 뿌듯함과 함께 보는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신스틸러 나무늘보와 디테일하게 동물들의 특징을 잘 살려서 깔깔 웃음이 터진다. 아,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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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하고 빨래를 갠다.
갑자기 모아놓은 저금통을 꺼내는 남편. 돈이 필요한지, 갑자기 동전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옆에 달라붙어서 같이 동전을 세어본다. 10만 원이 넘네. 오예. 갑자기 생각난 희귀 동전. 희귀 동전을 가지고 있으면 비싸게 팔 수 있어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10원, 50원, 100원, 500원의 희귀 연도를 옆에 적어놓고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다 들여다봤다. 일확천금의 꿈은 오늘도 실패. 잠깐이지만, 당첨될 희망을 가졌던 그 순간이 행복했다. 코로나로 집에서 노는 방법을 하나 찾았다. 다들 잠자고 있는 동전의 대박을 찾아보세요.
목공꿈나무는 오늘도 나무를 사랑하고 있다.
자를 대고 선을 긋는가 하면, 나무를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 때는 내가 이야기를 하면 잘 안 들리는 것 같기도 한, 집념의 사나이가 된다. 그럴 땐 나 혼자 놀아야지. ‘빨간 머리 앤’ 5화, 6화를 연달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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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갑자기 장을 보러 간단다.
자전거를 타고 장보고 마트에 다녀오더니, 떡이랑 어묵, 우유, 새우를 사 왔다. 감바스랑 로제 떡볶이를 만든다나. 나는 쉐프의 요리를 위해 재료를 다듬고 정리를 도맡았다. 살면서 제일 많은 기름을 사용하는 날. 떡볶이 위에는 미나리를 살포시 올렸다. 히히. 첫 감바스와 첫 로제 떡볶이는 놀랍게도 맛있다. 소스까지 삭삭 긁어서 다 먹은 우리. 맥주 건배까지 완벽한 우리의 화이트데이. 알차게 보낸 오늘 하루. 우리 함께, 특별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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