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3월 17일 화요일,
월요병이 지나가고 화요병이 찾아왔다.
왜 이리 드러눕고 싶어 지는지. 남편이 가고 나서 9시까지 침대를 차지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어슬렁어슬렁 거실로 나온다. 물 마시기 전에 몸부터 풀어볼까나. 폼롤러로 여기저기를 문지르고 몸을 최대한 쭉쭉 뻗어본다. 으아아. 다음 생엔 꼭 유연한 몸으로 태어나리. 오랜만에 하는 플랭크 자세는 이 자세가 맞는지 헷갈린다. 오늘도 30분 몸풀기 끝.
.
밥시간은 자주 돌아온다.
점심은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있는 밥이랑 국을 데워먹을 생각이었다. 그것조차 귀찮아서 보리차만 홀짝홀짝 마시다 건너뛰려 할 때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외근하고 돌아가는 길인데 같이 점심 먹자고 한다. 티모닝토스트 메뉴까지 정했는데, 휴일이라 햄버거로 바꿨다. 갑자기 먹는 바깥 음식에 맛있어서 눈이 돌아간다. 빙글빙글.
.
‘빨간 머리 앤’ 2화, 3화, 4화를 봤다.
숙제 같은 시즌 드라마. 그나마 시간이 45분 정도라 덜 부담스럽게 볼 수 있다. 보다 보면 뒷얘기가 궁금해서, 오늘은 앤이 어떤 호들갑을 보여줄지 궁금해서 다음화를 누르게 된다. 앤의 그 호들갑이 좋다. 어떨 땐 너무 과하긴 해도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 모습이 마냥 귀엽다.
.
앤한테 에너지를 쏟았더니 피곤하다.
안 눕고 싶은데 몸은 이미 침대에 붙어있다. 언제 눈을 감았지. 3월 중순이 넘어가도 좋아하는 도톰한 이불을 폭 덮는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 보니 5시가 넘었다. 계단 운동을 건너뛰고 싶었지만, 밥만 안쳐놓고 하나둘 계단을 올랐다. 헉헉헉. 잠깐 움직였다고 땀이 흘러내리면.. 제대로 운동하면 폭포수일려나.
.
부산에 다녀오신 엄마 아빠랑 통화를 했다.
곳곳에는 ‘대구’에 다녀왔는지, ‘신천지’랑 접촉을 한 적이 있는지 물어본다고 했다. 이번에 같이 부산을 갔더라면 나는 돌아다니기 힘들었을 거라며, 안 가길 잘했다고 하신다. 확진자 수도 줄어들고, 완치자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전국 유초중고 개학이 4월 6일로 연기되었고, 4월부터 다닐 요가학원도 잠정 연기가 됐다. 아, 이제 좀 사라지면 좋겠는데.
.
오늘도 함께 먹는 밥.
메뉴는 잡곡밥, 소고깃국, 양배추 샐러드, 깻잎장아찌랑 김, 군만두. 평소엔 만두를 찌는데, 오늘은 굽기로 했다. 8개 굽는데 주방은 온통 기름 잔치. 내가 좋아하는 초간장에 콕콕 찍어먹으니 더 맛있다. 가끔씩 깻잎을 서로 떼어주기도 하고, 후식으로 먹는 딸기를 양보하기도 했다. 훈훈했던 저녁시간이 끝났다. 먹는 것보다 치우는 데 시간이 더 걸렸다. 녹초가 된 이숭이. 많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피곤하다. 어우, 화요일. 화요병. 잘 가라 화요일.
_

작가의 이전글20200316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