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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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월요일,
3월도 절반이 지나갔다니.
일기를 쓰면서 실감하는 시간의 흐름. 부디 바깥에서 봄을, 계절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한 주가 다시 시작됐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총동원해서 시간을 보냈던 주말. 쏜살같이 지나간 주말은 보내주고 기쁜 월요일을 맞이해보자. 아, 근데 왜 이렇게 몸이 무겁지. 아, 월요일이구나. 월요병이 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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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방 밖으로 탈출했다.
매트랑 폼롤러를 꺼내 몸을 풀어본다. 요가 동작은 다 까먹었지만, 스트레칭은 할 수 있다. 폼롤러로 온 몸을 문지르고, 발목도 차근차근 돌린다. 다리도 팡팡 털고, 목, 손목도 빙글빙글 돌렸다. 몸 하나하나에 기운을 불어넣는 순간. 별 것 아닌데도 특별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30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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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한 개, 빵 몇 조각으로 점심을 먹는다.
차려먹기도 귀찮은 오늘. 먹고 싶은 달고나 커피도 패스. 보고 싶은 영화도 패스. 책 읽기도 패스. 청소도 패스. 늘어지기만 하는 이숭이. 스르르륵 누워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엄마 전화에 깼고, 엄마는 나보고 ‘편한 백성’이라고 했다. 기억나는 건, 자고 있는데 깨워서 미안하다는 말과 주말에 어찌 보냈는지 궁금해서 전화해봤다는 말. 아우,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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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안치고 계단운동을 했다.
내리막길은 무릎에 안 좋으니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헉헉헉. 내 숨소리랑 심장소리가 제일 크게 들린다. 심장이 터질듯한 바운스에 호흡이 가빠졌다. 15분 걷고 이렇게 힘들면 난감하지요. 하지만 현실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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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을 거라는 남편 연락에 여유가 생겼다.
‘빨간 머리 앤’ 시즌2 시작. 1화를 보고 저녁을 차린다. 메뉴는 잡곡밥, 소고깃국, 갈비, 봄동전과 양배추 샐러드. 어머님표 소고깃국을 데우고 엄마표 갈비를 굽는다. 겉절이를 하려고 샀던 봄동이 남아 있어서 반죽을 하고 봄동전을 부쳤다. 부침가루가 없네, 또 사러가야 하나. 아이참, 뭐 이리 살 게 많은지. 간장에 통깨, 파, 고춧가루, 식초를 넣어 양념을 만들었다. 어쩌다 보니 밤 9시에 저녁밥을 먹는다. 설거지를 끝내니 10시. 월요일 어디 갔냐. 왜 벌써 잘 시간이냐. 아, 월요일. 월요병. 잘 가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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