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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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 수요일,
조금은 바뀐 루틴.
시곗바늘이 9에 가리킬 때 꼬물꼬물 거리다 일어나고 있다. 의자에 바로 앉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고는 폼롤러랑 요가매트를 꺼낸다. 엎드려서 배부터 풀어주고 옆구리, 다리, 등, 목 등 곳곳을 건드려준다. 조만간 유튜브로 요가 동작을 따라 해 봐야지. 초보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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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에 우리던 보리차는 늦은 오후로 시간이 바뀌었다.
요즘은 물을 전투적으로 안 마셔서 그런지 절반 넘게 남아있다. 물 2리터 마시는 건 꽤 어려운 일이라고 매일 느낀다. 잘 알면서도 매일 마시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빨간 머리 앤’ 5화, 6화를 틀었다. 하루하루 다이나믹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앤은 또 어떤 사고를 칠까. 결점이던 빨간색 머리가 싫어 염색약을 발랐는데 초록색이 된 그녀. 숏컷으로 변신한 모습에 나도 오 마이 갓. 그럼에도 밝은 에너지를 주는 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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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빵이랑 우유.
식빵을 데우고 치즈 한 장 올려서 잼이랑 같이 먹는다. 딸기잼도 있고 미나리 페스토도 있고. 무엇보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식빵도 있고. 맛있어서 계속 구워 먹는 이숭이. 후회할 걸 알면서도 신나게 먹고, 신나게 드러누웠다. 봄이라서 그런가, 식곤증이라 그런가 눈꺼풀이 무겁다. 수요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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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택배가 왔다.
다시 시작된 미나리 생활. 1kg을 알뜰살뜰하게 먹고 다시 주문한 미나리 1kg이 왔다. 오늘도 나를 설레게 하는 택배 상자, 손글씨로 적은 편지와 초록 스티커, 뭐니 뭐니 해도 싱글벙글 싱긋 웃는 미나리들. 미나리가 왔으니 저녁은 삼겹살 자동 예약. 집 앞 마트에 가자.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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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를 씻어 손질을 해둔다.
제일 튼튼한 줄기는 따로 통에 넣어 두고, 이파리랑 얇은 줄기는 같은 통에 담았다. 오늘부터 부지런히 먹을 미나리 식단. 마늘이랑 팽이버섯, 삼겹살이랑 미나리를 구웠다. 식욕을 부르는 초록색과 삼겹살에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구운 미나리, 생 미나리를 번갈아먹는 우리가 어른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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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내고 싶어 막걸리 한 병을 꺼내서 짠! 건배를 했다.
울릉도 호박막걸리는 병 색깔이 진한 노란색. 달달하고 호박 맛이 살짝 나는데, 끝 맛은 술맛. 한 잔 하고 두 모금을 마셨는데 세상이 알딸딸해진다. 말은 느려지고 몸도 느려지고 만사 귀찮아지는 남편과 이숭이. 설거지를 하는데 입에서 ‘울릉도 트위스트’가 계속 나온다. 뱃머리도 신이 나서 트위스트~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호박엿~ 제멋대로 흘러나오는 트위스트 세상. 아, 수요일도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잘 가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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