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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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목요일,
11시 취침, 7시 기상.
8시간이나 잤는데 피곤하다는 말을 꺼내는 우리. 놀다가 잤으면 더 피곤했겠지. 꿈 내용을 알려주면서 아침이 시작됐다. 손바닥만 한 황토색 강아지(코카스파니엘 또는 리트리버)를 소중하게 돌봤다. 낑낑거리는 강아지랑 같이 자려고 방에 들어가는 순간, 나방이 잡아먹고 말았다. 개미를. 아니 강아지를. 분명히 개였는데 왜 개미가 나오지? 개미 꿈? 개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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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을 하고 물 한 잔을 들이켰다.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순간을 좋아한다. 다른 장르로 넘어가는 순간을 즐긴다. 물이 끓는 소리를 좋아하고, 따뜻한 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즐긴다. 요즘은 빨간 머리 앤의 호들갑을 즐긴다. 그렇게 해서 쭉쭉 연달아 본 시즌 2, 7화부터 10화. 재미있어서 시즌3도 꽤 빨리 다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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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돌아오는 밥시간.
차리기는커녕 밥 먹는 것조차 귀찮은데.. 엄마는 우리들의 삼시세끼를 어떻게 차리셨는지 새삼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간단히 미나리 라면으로 좁혀졌는데 나는 왜 야채를 쫑쫑 썰고 있을까. 당근, 양파, 미나리와 달걀.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었다. tv에서 알려준 파 기름을 내고 밥이랑 재료를 넣고 휙휙 볶는다. 거기까지가 좋았는데 굳이 버터까지 넣는 욕심쟁이 이숭이. 알록달록 밥에 은은하게 퍼지는 미나리 향에 흠뻑 빠졌다.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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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먹었으니까 달고나 커피를 마셔도 될 것 같았다.
지금까지 총 7번을 만들어 봤다고 동작들이 꽤 빨라졌다. 허둥지둥도 사라지고 능숙하게 준비물을 꺼낸다. 맥심 2봉에 설탕 1T, 뜨거운 물 3T를 넣고 저었다. 핸드 믹서기가 있어서 편리한 커피 노동. 찐득한 거품을 만들려면 2.5T로 기억하기를. 캬 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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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돌아온 저녁시간.
메뉴는 미나리 밥, 묵은지 삼겹살 김치찌개, 고등어구이, 두부부침, 양배추 샐러드. 우리집엔 미나리가 있으니까 미나리로 한 끼를 차려야겠다. 먼저 쫑쫑 썬 미나리를 넣고 밥을 짓는다. 미나리 밥은 대실패.(향도 색감도 모두 사라졌다) 대신에 묵은지 김치찌개에 미나리는 잘 어울렸고, 생미나리도 맛있다. 오랜만에 잘 구운 고등어도 만족, 초록초록 반찬이 마음에 든다. 효숭이네 시네마는 ‘캐스트 어웨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톰 행크스, 그의 친구 윌슨이 인상적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인생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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