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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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금요일,
밤새 뒤척였다.
다리가 불편해서 자세를 자주 바꿨다. 바로 누웠다가, 무릎을 세웠다가, 옆으로 누웠다가 다리를 뻗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잘 때는 팔다리를 접어서 보관할 수 있으면 편할 것 같은 상상을 해본다. 으아. 잠을 못 잤더니 푸석푸석해졌다. 그 와중에 새벽에 장난치는 우리는 왜 이리 웃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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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시즌 3을 틀었다.
1년마다 나오는 드라마라 실제로 배우들의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더욱 성숙해진 앤이 16살이라니. 엊그제까지만 해도 사고뭉치, 말썽쟁이 대장이었는데. 1화부터 3화까지 봤는데, 중간에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더 보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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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미션 10시, 강원도 감자 주문하기.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위해 강원도가 택배비를 부담하고 감자를 판매하고 있다. (강원마트 사이트 검색!) 10kg에 5,000원, 1인당 2박스를 살 수 있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달까. 거기에 나도 참여하려고 시계까지 맞춰놨지만 실패. 1분 40초 만에 매진이란다. 티켓팅보다 어려운 포(potato)케팅이라는 말에, 고시보다 어렵다는 감자고시 단어에 피식. 나 감자고시 낙방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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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고민하는 저녁밥상.
갑자기 생각난 고구마 맛탕. 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놓고 전분을 뺐다. 기름에 튀기는 게 더 맛있지만 기름을 덜 쓰고 싶어서 에어프라이어로 굽는다. 그리고 후라이팬에 설탕이랑 식용유를 넣고 재빠르게 섞는 고구마들. 불 조절을 못 했는지 달고나 향을 풍긴다. 입에 쩍쩍 달라붙는 맛탕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곧바로 야채를 쫑쫑 썰어서 미나리 볶음밥을 만들었다. 예전에도 종종 먹던 미나리 볶음밥은 의외로 맛있다. 경양식 스타일. 케첩을 뿌려서 같이 먹으면 오므라이스 맛이 나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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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금요일이다.
집에만 있어 봄이 온 걸 까먹게 된다. 아까 계단 운동을 할 겸 조금 걷고 싶어 밖으로 나갔다. 바람은 씽씽 부는데 완연한 봄이다. 라일락 나무는 더 큰 연두색 잎을 보이고, 성격 급한 나무 한 그루만 벚꽃을 피웠다. 그래, 춘분이구나. 봄이 사라질까 봐, 곧바로 여름이 올까 봐 조바심이 난다. 아이참. 그건 그렇고 이 밤을 즐겨야겠다. 우리가 좋아하는 금요일 밤. 주말을 시작하는 순간. 오늘 밤 첫 영화는 ‘친절한 금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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