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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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일요일,
8시 반에 일어났다.
누군가가 이상한 곳에 주차를 했는지 이른 아침부터 경비실에서 차 빼 달라는 방송이 울린다. 그것도 세 차례나. 날이 선 목소리가 평화로운 주말 아침을 깨우고 있었다. 아이참, 경비아저씨를 힘들게 하지 마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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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브런치는 뉴욕핫도그.
매번 같은 듯하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있다. 이번에는 또 레시피가 다르니까 시간이 더 걸리겠지.. 남편은 버터 바른 빵을 데우고 소시지를 굽는다. 커피도 남편이. 나는 재료 손질부터 에그 샐러드랑 핫도그를 조립?을 맡는다. 설거지만 없어도 더 후다닥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우, 고생했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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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려다가 궁금해서 ‘부부의 세계’를 틀었다.
자극적인 재료는 다 들어간 드라마. 심지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다. ‘1화만 봐야지’했는데 어느새 2화까지 보고 있다. 이제 시작한 드라마인데 전개가 빠른 데다 엄청난 반전들이 쑥쑥 나온다. 점입가경형 스타일이 여기 있었네. 안 그래도 흘리면서 먹는 핫도그는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그런 상황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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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핫도그 1.5개씩을 먹고 에그 샐러드도 깨끗하게 비웠다. 만들어 먹는 게 번거롭긴 해도, 만족스러운 포만감과 즐거움을 가져다줘서 기분이 좋다. 오늘따라 두둥실 구름과 파란 하늘이 더 예뻐 보인다. 갑자기 비눗방울이 떠다니고 있었다. 2층에서 쏘아 올린 비눗방울에 우리가 더 신났다. 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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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을 급하게 개고 갑자기 밖에 나왔다.
주차장에 내려가다가 벌러덩 쓰러졌다.
계단을 헛디뎌 그대로 뻗어버린 이숭이. 다행히 다치지 않아서 장르는 개그가 됐다. 둘 다 웃음이 터졌고, 남편은 땅바닥에 누워 있는 나를 찍는다. 아이참. 갑자기 책장이 생겼다. 책장 그게 뭣이라고. 집에 와서 책장이랑 수납장을 여기로 옮겼다 저기로 옮겼다 별 짓을 다하는 우리가 그냥 다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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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부엌에 들어섰다.
명란 마요네즈 소스가 있어서 파스타를 만든다고 했다. 이럴 땐 바로 ‘오케이’를 외치는 나. 옆에서 마늘을 까고 양파 껍질을 까고 냄비 물을 끓이면서 그의 요리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게 나의 역할. 어제 설탕을 더 넣었던 레몬청을 꺼내서 레몬에이드를 만들었다. 오, 맛있다! 저녁도 배부르게 먹고 늘어진 일요일 밤. 잘 사지도 않는, 하지만 개미지옥처럼 빠져드는 당근 마켓 구경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두 사람. 주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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