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3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3월 30일 월요일,
파이팅을 외치는 월요일,
나에게, 남편에게, 우리에게. 아침에 후다닥 씻고 챙겨서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볼 때면, 엘리베이터가 닫힐 때까지 싱긋 웃어주는 남편을 볼 때면 고맙고 감사하고 짠한 마음이 자주 든다. 무엇이든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자. 매일 집 밖을 나서는 그의 책임감과 다정한 표현을 잊지 말아야지.
.
폼롤러에 엎드리고 눕는다.
월요병이 찾아온 내 몸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어보려 한다. 처음에 삐걱이던 발목이, 빙글빙글 돌리고 쭉 뻗어서 탈탈 털 때 부드러워지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 그렇게 30분 가까이 스트레칭을 하는 순간들이 고요하고 편안하다.
.
월요일이면 주말에 어떻게 보냈는지 안부를 묻는 엄마와 딸과의 전화통화. 부추로 만들 수 있는 음식과 레시피를 전수받는 것, 코로나 바이러스와 선거, 봄날과 꽃구경, 통영과 대구의 분위기 등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끊기 전에 꼭 하는 ‘사랑해’라는 말은 어느덧 모두에게 익숙해져서, 꼭 하게 되는 말로 바뀌었다. 사랑을 말하는 순간도 좋아.
.
남편과 나는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 빠졌다.
몇 달 전부터 실내 자전거를 사고 싶어 하던 남편과 자리 차지를 하는 것 때문에, 혹시나 옷걸이로 변신할 까 봐 반대하던 나. 하지만 갑자기 강제적으로 집 생활을 하게 되면서 ‘운동’이 더 절실해졌다. 사고 싶은 모델을 봐놓고 자주 검색하던 찰나에 중고 물건이 나왔다. 그것도 대구 직거래로. 어머 이건 사야 해. ‘이건 운명적인 타이밍’이라며 지르기로 했다. 퇴근한 남편과 자전거를 사러 출동! 쿨거래를 하고 집으로 실어올 때도, 얼마나 좋으면 집 안으로 들였을 때도, 이것저것 만져볼 때도, 오늘 처음 운동을 해보고 나서도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이 귀엽다. 크크. 나도 내일부터 운동해야지.
.
아, 자기 전에 당근마켓에 한 번 더 들어 가보고.
_

작가의 이전글20200329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