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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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토요일,
8시가 되기 전에 일어난 우리.
나는 양치질을 하고 옷만 갈아입었고, 남편은 머리까지 감고 나왔다. 신분증이랑 마스크를 챙기고 근처에 있는 사전투표소로 출동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에 우리가 빠질 순 없지. 입구에서 손소독제와 비닐장갑을 받고 한참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아침 일찍 투표장에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1층부터 3층까지 쭈욱 약간의 간격을 두고 서 있는다. 열체크까지 하고 나서 투표장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은근히 긴장되는 엄숙한 공간, 그리고 소중한 나의 권리 행사. 이 한 표가 필요한 곳으로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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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마트에 나를 내려주고 남편은 회사를 갔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출근한 남편에게 바나나랑 마들렌, 오예스 하나를 쥐어줬다. 오후 4시쯤엔 오려나. 키위 드레싱을 사러 갔다가 토마토랑 부추를 사 왔다. 편의점이랑 다른 마트에 가서 키위 드레싱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딱히 뭐 한 것도 없는데 벌써 피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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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자고 영화를 보다 잠이 든다.
이대로 하루가 다 지날 것 같아서 세탁기를 돌리고 자전거를 탔다. 영화를 보면서 씽씽씽. 23분 10km 달리기 완료. 땀이 섞여서 내 몸에서 쉰내가 나는 것 같아서 후딱 씻고 나왔다. 정결한 모습으로 마들렌 반죽을 해놓고 뒷정리를 하고 있을 때 남편이 돌아왔다. 선물 받은 책을 들여다 보고 언니랑 통화도 하고 남편이랑 수다를 떨다가 밖으로 나왔다. 아, 피자 주문도 했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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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근 마켓 열혈 고객.
그렇다고 해서 마구 마구 사는 것도 아니지만 하루에 수시로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지만 맥시멈으로 향하는 두 사람. 거래를 하러 간 곳에 아파트는 사방에 라일락 나무가 있어서 향기가 바람을 타고 다닌다. 우리 집에도 한 그루 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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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 피자 한 판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차에서 냄새로 공격받은 우리는 이성을 잃었다. 얼른 집에 가서 먹어야지. 배가 꼬르르륵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불고기랑 고구마 반반 피자를 4조각씩 나눠 먹는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5화를 보면서 놀란 와중에 입은 바쁘게 돌아갔다. 오늘도 ‘아이고’만 수십 번 외치게 되는 내용이었다. 걸 크러쉬 희애언니.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무서움, 아침 막장드라마로 갈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어마어마하다. 내일은 어떤 내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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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 열린 베이킹 타임.
거의 6시간 동안 휴지 과정을 거친 반죽을 팬에 짰다. 지난번보다 양을 적게 올리는 것이 오늘의 미션. 반죽을 올리고 나면 평평하게 팬을 흔들어주는 다정한 남편이 있다. 마들렌 배꼽이 나온다며 기뻐하는 나를 향해 웃어주는 남편, 갓 나온 마들렌을 구경하면서 세심하게 관찰해주는 남편, 따뜻한 마들렌 하나를 먹고는 ‘진짜 맛있다’며 최고의 리액션을 보여주는 남편. 오늘도 칭찬으로 베이킹 솜씨가 조금 더 늘었다.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 가장 잘 나왔던 모양. 이제 다른 걸 만들어 봐야지. 기분도 좋은데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7화 한 편이나 보고 자야겠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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