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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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금요일,
특별 간식은 삼각김밥.
어제 편의점에서 사 온 고기 볶음밥 하나를 챙겨줬다. 전자레인지에 25초 동안 데워서 따끈따끈한 상태로 만들었다. 사과랑 삶은 달걀, 마들렌은 기본 구성품. 오늘 아침은 좀 더 든든하게 먹으십쇼. 잘 다녀오십쇼. 나중에 도마뱀 젤리도 먹고 싶으면 꺼내 드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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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축 처진다.
이불이랑 하나가 된 나는 몇 시에 일어났더라? 9시에 눈을 뜬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고양이 세수로 얼굴에 물만 살짝 묻히고 거실에서는 편한 옷, 편한 자세로 시간을 보냈다. 요즘 아침 공복에는 사과가 잘 맞는 것 같아서 하나를 깎아 먹었다. 날씨랑 잘 어울릴 만한 영화를 찾다가, 보자마자 바로 틀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독립영화라고 하기엔 배우 캐스팅이 대단하다. 웃음 포인트 장국영까지, 영화의 엉뚱함과 느릿한 속도, 좋은 대사들 덕분에 다음에도 꺼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뜬금없지만 이숭이는 복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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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옆에 두고 낮잠을 잤다.
요즘은 한 번 누우면 1시간을 넘게 자고 있다. 몸은 왜 이리 무거운지, 왜 이리 피곤한 건지. 누워서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늘, 저녁 메뉴가 뭔지 물어보곤 한다. 엄마 아빠는 굴을 데쳐서 드실 거라고 했다. 시금치 데쳐야 하는데 귀찮다고 했더니 내일 하라고 조언?을 해 주는 엄마. 이럴 때는 엄마 말을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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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콧노래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 시간에 맞춰서 준비한 저녁 식사. 메뉴는 달걀 후라이, 비엔나, 양배추 샐러드랑 오징어 젓갈이랑 멸치볶음. 들기름에 구운 후라이에 송송 썬 파를 올려서 구우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하지만, 병을 쏟는 바람에 가스레인지랑 바닥엔 들기름 잔치를 열었다. 미끌미끌 바닥에 한숨 푹푹. 이 구수한 냄새는 어디서 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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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16화.
드디어 마지막이다. 바람 잘날 없는 교도소에서 울고 웃는 이야기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몰입을 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던 적도 있고,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쉰 적도 있고, 통쾌하다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안녕 감빵생활. 이제는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넘어가 볼까나? 아, 자기 전엔 책 좀 읽어야지. 뭘 해도 좋은 금요일 밤,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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