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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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토요일,
7시 30분부터 꼬물꼬물.
우리가 알람도 맞추지 않고 일어나다니. 그것도 토요일에, 그것도 8시 30분에. 갑자기 책을 읽는다. 각자 읽다 만 책을 꺼내서 보다가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목공꿈나무의 목공놀이 재료가 도착했으니까 움직여야 할 때가 왔다. 목재들, 사과 네 조각, 보리차 한 병을 들고 집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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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한쪽 면이 거칠거칠해서 갈아야 한단다.
사포질을 하기 좋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삼만리. 이럴 때 작업실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공간을 찾으러 떠났지만 분위기는 드라이브였다. 이미 벚꽃들이 떨어져 제대로 구경도 못했지만, 연두연두잎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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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은 무사히 마쳤고 그다음 장소는 시장.
사과를 사러 갔다가 사과 두 봉지랑 파 한 단, 애호박 하나를 담았다. 그리고 마트에 가서 등심, 양지, 송이버섯과 크림 카스테라를 샀다. 엄마가 배고플 때 마트 가는 거 아니랬는데.. 역시 밥을 먹고 가야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포장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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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오기까지 동선이 여러 번 꼬여서 왔던 길을 몇 번이나 지나갔다. 하지만 이 것도 운명적인 타이밍일까. 우리의 사랑, 우리가 좋아하는 동네 고양이, 하트코 고양이를 우연히 만났다. 그때랑 다른 점이 있다면 목줄이 있었다. 폰 번호가 적힌 목줄이 있는 걸로 봐서는 주인이 생겼나 보다. 부랴부랴 달려가 쓰다듬어 주고, 왜 이렇게 안 보였냐며 괜히 고양이한테 찡찡거려본다. 그런 우리를 향해 발라당은 기본, 갸르릉 소리를 내고, 우리 몸 여기저기를 치댄다. 귀여움에 홀딱 빠진 남편이 장난감으로 열심히 놀아줬다. 아, 활력소여라. 우리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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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왕뚜껑에 물을 붓고 떡볶이랑 튀김을 뜯는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7화를 틀었다. 배가 고픈 탓에 드라마보다는 음식에 집중하고, 쉴 새 없이 먹었다. 꼬마 김밥도 맛있고, 라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오예. 원래라면 토요일에, 주말에 즐겨먹던 토스트는 드디어 졸업을 했다. 한 달 넘게 만들었는데 이제는 좀 귀찮아졌나. 안녕 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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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 시간은 나태 그 자체.
수건을 팡팡 털어 널고, 담요랑 수면잠옷들도 빨았다. 세탁기 종료음이 들릴 때까지 30분만 자겠다고 떠난 그녀는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좀비처럼 나타났다고 하는데. 그 사이 남편은 목공 놀이를 하고, 우리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보면서 놀았다. 아침을 일찍 시작했던 이유일까. 꽤 길게 느껴지는 하루. 오늘도 잘 놀았다. 헤헤. 재료도 다 사 왔으니까 내일은 꼭 소고기국을 끓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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