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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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일요일,
생각보다 일찍 자러 간 우리.
불을 끄고도 종종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곤 하는 그 시간이 좋다. 설령 아무 영양가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일지라도, 또는 꽤 진지한 이야기들이든 모두 다 좋았다. 그러다 12시 반쯤에 잠들었나. 알람 없이 일어난 나는 오늘도 아침 여덟 시에 하루를 시작했다. 부스럭부스럭거리다 보면 남편도 곧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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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히 씻고 나와서 물 한 잔을 마신다.
바로 사과를 꺼내서 오물오물 베어 먹었다. 남편이 커피 한 잔을 가지고 목공 놀이를 하러 간 동안, 나는 냉장고에서 시커먼 봉지를 꺼냈다. ‘마루 밑 아리에티’를 보면서 콩나물 대가리나 다듬어야지. 시장에서 천 오백 원어치 사려했는데 이 천원은 넘어 보일 정도로 가득 담아준 콩나물. 시장 최고. 자 시작해보자!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리에티, 작지만 강인한.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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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손질 대장정을 끝내고 주방으로 갔다.
미션은 소고기국 끓이기. 남편과 함께 한 덕분에 수월하게 해 나갔다. 먼저 육수를 내는 사이, 양지에 밑간을 해서 조물조물 섞는다. 마늘을 갈고, 무는 나박김치처럼 얇고 네모나게, 파는 최대한 비스듬하게 덤벙덤벙 크게 썰면 끝. 표고버섯이랑 느타리버섯도 꺼내서 먹기 좋게 다듬었다. 밑간을 해 둔 고기를 참기름에 볶다가, 고기가 익을 때쯤에 무를 넣고 같이 볶는다. 육수를 넣고 팔팔 끓이고, 재료를 넣고 중불에 30분 정도 끓이면 진짜 끝. 국간장, 고춧가루, 액젓, 소금 등 기호에 맞게 넣으면 맛있는 소고기국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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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추를 무치고 남편은 애호박전을 부쳤다.
레시피를 알려주다가 전달이 엉키는 바람에 시트콤이 됐지만 그 덕분에 엄청나게 웃었다. 달걀물에 묻혀 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애호박전을 보니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었다. 멸치볶음이랑 꺼내서 먹은 주말의 첫 곡물. 집에서 소고기국을 만든 게 처음인데, 우리가 흔히 먹었던 그 맛이 나는 것도 신기해서 하이파이브를 몇 번이나 했다. 맛있다고, 내일은 더 진해져서 맛있을 거니까 또 먹자고 약속하는 우리였다. ‘부부의 세계’ 8화를 보면서 든든하게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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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찾아오는 낮잠 시간.
한 시간, 아니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남편은 여전히 뭔가를 하고 있었더랬다. 샌딩기계를 고치고 나무를 만지고, 목공방 정리를 했다고 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뭘 먹을까. 골뱅이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남편, 짜파구리가 먹고 싶은 이숭이, 결국 매운 군만두로 타협을 했다. 새롭게 보게 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1화, 그리고 영화 ‘어느날’까지. 부지런히 떠들고 부지런히 놀고 부지런히 쉬는 일요일. 우리 부지런한 남편은 방을 돌아다니면서 뚝딱뚝딱하는 중. 그러니 살이 안 찔 수밖에. (부러워서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