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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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월요일,
자다가 몇 번을 깼다.
한 번은 친구랑 길에서 돈을 주워서 나누는 꿈. 20만 원 넘게 주운 꿈이 떠올랐다. 그리고 한 번은, 다짜고짜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오른쪽으로 돌아 눕다가 남편 이마와 내 이마가 정확하게 꽁. 내 베개를 베는 게 싫었던 걸까. 나 가까이에 있는 게 불편했던 걸까. 말 보다 행동인 사람 이숭이는 박치기왕이었다. 아,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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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화창하게 갠 하늘을 보니 상쾌했다.
환기를 시키고 바싹 말라가는 수건을 보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근데 4월인데 왜 이리 추울까. 아직도 못 벗어난 양털후드와 긴 양말, 담요. 심지어 호피 목도리까지. 패션 테러리스트 이숭이. 이러다 바로 여름이 올 것만 같은데. 봄아 천천히 머물다 가겠니. 남편이 사다 준 견과류를 잘 챙겨 먹고 있다. 곧 점심시간이라 누룽지를 끓여먹으려다 계란이랑 파송송 넣어서 누룽지죽을 만들었다. 군것질을 하지 않은 내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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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펼치기도 전에 잠이 오나.
아직 첫 장도 안 넘겼는데 곯아떨어졌다. 낮잠을 꽤 즐기고 있는 이숭이는 산발머리 쑥대머리가 되어 있었다.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내가 끓인 소고기국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렇게 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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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뭐 먹지.
당연히 소고기국이 나온다. 냉장고를 지키고 있던 시금치를 꺼내 손질을 하고 데쳤다. 참기름, 간장, 소금, 깨소금을 넣어 팍팍 무친 시금치 완성. 그리고 갑자기 다시마가 먹고 싶어 져 찬물에 30분을 담가놓고 짠기를 뺀다. 그 사이에 참치 쌈장을 만들었다. 다진 양파, 다진, 다진 파, 잘게 썬 표고버섯, 기름을 뺀 참치랑 소스(된장, 고춧가루, 고추장, 참기름, 청양고추, 다진 마늘)를 볶으면 쌈장이 완성된다. 쌈다시마를 데치고 물기를 뺀 후에 먹기 좋게 자르는데, 늘 여기서 당황스럽다.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기다랗고 넙데데한 다시마 규모에 놀라고 마는데.. 잠깐의 사투 끝에 평화로운 쌈다시마가 우리 밥상으로 왔다고 한다. 한동안은 다시마 세상이 우리 앞에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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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조금 늦게 퇴근해서, 밥을 먹고 치웠더니 9시가 됐다. 요즘 남편은 요리책? 아니 식품영양학개론 같은 책에 빠졌다. 재미있는데 잠이 온다나 뭐라나. 책만 보면 눈이 무거워진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글씨가 너무 작다. 그래도 책에 있는 정보를 내게 전달해 줄 때 꽤 재미있다. 요리 박사가 되려나. 소금 박사가 되려나. 뭐가 되든, 어떤 모습이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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