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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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화요일,
사과를 깎는다.
남편 간식 통에 삶은 달걀도 함께 담는다. 그중에 두 조각은 내 입으로 쏙. 즐겨먹는 시장 사과인데 이번 꺼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사과를 깎아 먹을 정도랄까. 따뜻한 물, 시원한 사과, 다정한 인사로 시작하는 화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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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씻고 밖에 나왔다.
택배를 부칠 상자를 경비실로 옮겨 놓고 근처 병원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엔 행정복지센터에 들렀고, 집 앞 편의점이랑 마트에 가서 크림 카스테라빵이 있는지 두리번거려본다. 대신에 고구마 카스테라랑 우유 두 개를 사 들고 집으로 왔다. 사장님이 모레에 오픈하면 선물도 준다며 놀러 오라고 하신다. 지금 계속 영업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오픈이었다니. 코로나 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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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랑 우유로 점심을 때웠다.
초코파이는 디저트였는데 왜 이리 맛있지. 두 개 먹을 뻔했는데 이성의 끈을 단단히 붙잡았다. 세탁기가 다 돌아갈 때까지 1시간 40분이 남았다. 책을 보려고 책을 펼치다가 갑자기 낮잠 삼매경. 혼이 빠질 듯 허우적거릴 때쯤에 엄마한테서 영상전화가 걸려 왔다. 반쯤 감긴 눈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낮잠을 자는 내가 익숙한지 별다른 반응이 없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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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조금 늦게 퇴근한 남편.
밥을 안치고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메뉴는 소고기국, 두부 부침, 쌈 다시마랑 참치 쌈장. 얼마 안 되는 양이지만 안심도 구웠다. 오늘 제일 먹고 싶었던 두부 부침. 센 불에 두부를 굽고 그 위에 소금을 철철철 뿌려서 한참을 놔두면 노릇하게 구워진다. 단단하게 느껴질 정도면 잘 구워진 정도라고 해야 하나. 둘이서 두부 한 모를 다 먹고, 그릇도 깨끗하게 다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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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우리.
바람이 씽씽 불고 온도가 뚝 떨어져서 많이 추워졌다. 따뜻한 보리차와 따뜻한 보일러, 따뜻한 담요, 따뜻한 음악, 따뜻한 우리가 있어 행복한 화요일. 덩달아 코끝 찡해지는 밤. 예측불허 우리의 호르몬들. 그냥 다 감사해지는 하루였다. 자기 전에 책 다섯 장은 보고 잘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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