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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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수요일,
아침에 일어났을 땐 몸이 가벼웠는데..
왠지 오늘은 상쾌하게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없던 두통이 왔다. 몸은 왜 이리 무겁고 무기력한지. 기분이, 기운이 나를 온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나의 내면을 다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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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읽고 영화도 보려고 기웃거려 본다.
집중력이 문제인지 영화를 틀자마자 멈춤을 눌렀고, 그 뒤로 재생하지 않았다던데. 요즘 내가 즐겨 먹는 사과. 사과 몇 조각이랑 바나나 한 개로 배를 채웠다. 그 뒤로는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던 오후. 두통은 언제나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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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누워 있다가 3시쯤인가 박차고 일어났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숭이가 되어가는 날. 먹고 싶었던 크림 카스테라빵, 2+1 오렌지 자몽주스, 삼각김밥을 사 들고 돌아왔다. 햇볕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차다. 앞머리가 위로 옆으로 팔랑팔랑 움직이고 있었다. 제일 아쉬운 건 라일락 꽃잎이 다 떨어졌다는 것. 이번에 코를 갖다 대며 몇 번밖에 킁킁 거리지도 못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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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두통이 사라졌지만 이제는 속이 울렁거린다.
내 몸인데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게 지친달까. 지난주에 주문했던 나박김치가 도착했다. 스티로폼 박스를 뜯자마자 코끝에 김치 냄새에 울렁. 통 3개에 옮겨 담고는 하나는 실온에 놔뒀다. 하루만 숙성시켜야지. 맛있게 잘 익었으면 좋겠다. 입맛에 맞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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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내 컨디션을 보더니 부엌을 쉬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정한 저녁 메뉴는 페퍼로니 피자. 뜬금없지만 핵폭탄 치즈, 페퍼로니만으로 올려진 이 피자가 먹고 싶어 졌다.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피자를 주문하고 남편과 피자를 기다린다. 우리 앞에 펼쳐진 80장의 페퍼로니 피자. 비주얼 쇼크. 꿀에 찍어 먹고, 핫소스에 찍어 먹고, 토마토소스에 찍어 먹었다. 짠맛이 강해서 세 조각 밖에 안 먹었지만, 오늘 제일 맛있는 건 코카콜라. 캬. 이 맛이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2화도 재미있고, 방도 따뜻하고 배도 부르고 푹 퍼지기 좋은 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