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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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목요일,
꿈에서 몹시 바빴던 나.
남편이랑 같이 철인 3종 경기에 참가를 했다. 자전거 타기, 빨리 달리기, 시간 내에 끈 묶기? 그냥 자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필요한데 꿈에서 저러고 있으니 방전될 수밖에. 어쨌든 3 종목 다 통과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피곤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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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간식을 준비하는 시간.
사과를 깎으면서 두 조각은 내가 먹는다. 삶은 달걀, 대추즙, 그리고 참치김치 삼각김밥. 25초 정도를 데우고 가방으로 쑉 넣었다. 이제는 익숙한 혀 짧은 소리로 잘 다녀오라는 말,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 전까지 얼굴 부비부비, 볼 부비부비 스킨십의 현장까지 꽤 과한 순간도 함께 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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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심히 씻었나.
탕에 다녀온 것처럼 얼굴이 벌겋고 몸은 벌써 지쳤다. 바나나우유라도 하나 마셔야 할 것 같은데 보리차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으 개운해. 나의 간식은 냉장고에 넣어둔 시원한 사과.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누룽지를 팔팔 끓이고 물김치를 꺼냈다. 실온에서 잘 익었는지 새콤한 냄새가 풍겨왔다. 달고 은근히 매워서 인중에 땀이 났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밥은 먹어야 하는데 밥이 먹기 싫을 때 좋은 누룽지. 나중에 장 보러 가면 또 사 와야지. 영화를 보다 말고 춘곤증과 식곤증에 못 이겨 드러누웠다. 낮잠은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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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밥을 안치고 남편을 기다린다.
메뉴는 쌈 다시마랑 쌈장, 양배추 샐러드, 시금치 무침과 찐만두. 오늘부터 먹는 양을 줄이려 했지만, 밥을 남길 줄 몰랐다. 느릿느릿 딴짓을 하면서 먹고, 열심히 먹지 않는다.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깨작거리기 대왕이 됐다. 내가 밥을 남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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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에 그릇만 옮겨두고 마트에 다녀왔다.
오픈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북적북적거린다. 생글생글 잘 웃어주시는 사장님은 우리를 반겼다. 그러다 우리 둘을 보면서 부부냐고 물었다. 닮았다며, 피부도 닮았다며 계속 ‘닮았다’는 말을 하신다.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거의 가렸는데도 닮았단다. 이런 말이 익숙했지만 새삼 신기했다. 아이스크림, 주스, 누룽지, 과일, 오예스, 두부를 담고 계산을 했더니 큰 대야를 선물로 주셨다. 회색 대야를 덜렁덜렁 들고 돌아오는 밤. 오늘도 그냥 모든 게 감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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