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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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 금요일,
알람 소리로 시작하는 하루.
남편 간식은 늘 그렇듯 사과와 삶은 달걀이다. 요즘엔 대추즙이 추가가 됐고, 오늘은 특별히 청포도랑 크림 카스테라 3개를 넣어줬다. 쿠키 앤 크림 오예스도 두 개 넣어주는 손 큰 사장님 컨셉의 이숭이. 사과 깎다가 몇 조각은 내 입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여보 잘 다녀 오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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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책을 읽다가 영화 ‘어느 가족’을 봤다.
어떠한 사연에 의해 구성된 사람들이 가족을 이루며, 얽힌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현실은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들을 보며, ‘관계’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달까. 피가 섞이지 않아도 유대감이 있을 수 있음을. 꼭 하나의 관계로 정의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운이 남는 이 영화를 어쩌면 좋을까. 키키 키린 배우의 작게 읇조리던 대사에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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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사과, 청포도, 누룽지.
자극적인 무언가가 먹고 싶지만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누룽지죽은 아니겠지만 이걸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작은 냄비 한 가득을 끓였다. 결국은 반은 남기고 말았지만 아주 건강식이었다. 오후에는 또 낮잠을 즐겼다. 자의 반 타의 반 낮잠이랄까. 그러다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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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냉면이다.
연애하던 시절에 종종 먹었던 육전 냉면이 떠올랐다. 그땐 이 음식이 왜 이리 맛있었을까.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 푸드라서? 맛집이라서? 프랜차이즈 식당이 시내 멀리 있길래, 포기하고 집 앞에 가기로 했다. 바깥에서 먹는 음식도 참 오랜만이다. 나는 육전 물냉면을, 남편은 육전 비빔냉면을 주문했다.(그는 코다리 냉면을 먹고 싶어 했다) 날이 추워서 옷을 네 겹이나 입고 가서 호로록호로록 먹는 냉면은 진짜 진짜 맛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가게에 빠져나오기 직전까지 국물을 마시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또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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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누우면 소가 된다던데.
우리는 그저 두 마리의 소가 되었다. 한참 동안 폰을 가지고 놀다가 밤 열 시가 되기 5분 전에 거실로 나왔다. 국립발레단에서 ‘안나 카레리나’ 공연을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3일 동안 온라인 상영을 한단다. 미리 유튜브로 공부를 해놓고 보는 발레 공연. 지난번 ‘백조의 호수’에서 봤던 무용수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의상, 음악, 연기, 연출 다 좋아서 남은 이틀도 챙겨보고 싶어 진다. 커튼콜 후에도 이 분위기를 지속하고 싶어서 음악을 틀어두고 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만 계속 재생 중.(시간 되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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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에서 커튼콜을 봤는데 작은 방에서 발레리노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저번에 본 적이 있는 백조의 호수 발레리노. 발끝을 들고 사뿐사뿐 내 곁으로 오더니 오렌지주스를 우아하게 따르고 예쁘게 마시는 남편 덕분에 실컷 웃는다. 총총총 사라지는 모습 또한 귀여워서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매일이 참 즐거워서 좋겠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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