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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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금요일,
남편은 예상대로 새벽 1시에 돌아왔다.
조용히 씻고 조용히 내 옆으로 와서 눕는데 비밀을 알려준다. 실내세차랑 왁스를 칠하지 않았다고. 바깥만 청소하는데 2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했다. 힘든데 기분은 좋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배시시 웃으며 금세 딥슬립 세계로 빠져들었다. 대단허다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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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중 전화도 모르고 잤던 우리.
왜냐 무음이었으니까. 격하디 격한 꿈을 꾸던 나는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 대로 대서사시처럼 읊어댔다. 내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피곤함을 인정할 수 있을만한 내용들로 꽉 차있었다. 으아. 그 시각 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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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던가.
점심때 밥을 먹기로 했는데,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누워서 KFC, 맥도날드 쿠폰을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햄버거로 결정. 지난밤에 공들여 빛낸 자동차를 보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반짝이는 차를 타고 KFC로 가자. 타워버거 2개를 5,600원에 사 온 우리는 신나게, 열심히 먹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7화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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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낮잠이 몰려올 때 남편은 다시 나갔다.
내가 잠든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 어제 못다 한 것들을 하려 했는데 차키를 안 들고 가서 외부 왁스만 칠했다고 한다. 내일 또 나갈 거라나. 그리고 유튜브를 보면서 낄낄낄 웃고 있다. 내가 깨자마자 부엌으로 입성한 그 사람. 자 이제 요리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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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청국장찌개, 시금치무침, 김밥전.
한식을 잘 만들 일이 없었던 남편에게 기회가 생겼다. 혼자서 시금치를 손질하고 데치고 무치던 그 사람. 야채를 꺼내 먹기 좋게 썰고 청국장을 끓이던 그 사람. 밥을 안치고 남은 김밥 다섯 개를 달걀물에 부치던 그 사람. 하지만 나는 김밥 두 개랑 소보루빵이랑 우유를 먹었다고 하는데.. 나도 밥을 먹고 싶다. 참 잘했어요 우리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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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라도 걷고 싶어 밖으로 나왔다.
추울 줄 알고 조끼에 후드까지 입었던 나를 반성해. 마스크엔 땀이 차오르고 몸도 더워졌다. 다이소랑 동네 마트에 들렀다. 손을 꼭 잡고 걸을 수 있어서, 한발 한발 나란히 내딛을 수 있어서 감사한 금요일. 잔잔하고 감사한 5월의 첫날. 우리의 5월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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