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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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토요일,
가끔씩 자다가 사과를 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도 잠결에 툭 튀어나온 사과. ‘아 미안합니다’. 꿈에 애호박전을 부치려고 애호박 두 개를 들고 휙 돌아서는 그때, 눈이 번쩍 뜨였다. 아 남편 이마를 박았구나. 이마 꽁. 별이 번쩍.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인 걸까. 아이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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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30분.
‘잘 잤냐’는 물어보길래 ‘잘 잤다’고 했더니 본인은 ‘못 잤다’고 했다. 왜인지 물어봤다가 그제야 새벽 박치기 사건이 떠올랐다. 헤헤. 나 때문에 못 잤구나. 그렇구나. 나 때문이구나. 아이참. 아,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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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키위, 포도, 참외 파티를 벌인다.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과일을 꽤 잘 챙겨 먹어서 뿌듯하달까. 그리고 남편은 삶은 달걀 두 개랑 우유 한 잔을 마신다. 어느새 등장한 새우깡. 손이 자꾸 간다 손이 가. 오늘 ‘슬기로운 의사생활’ 8화를 보면서 눈물 콧물을 다 뽑아냈다. 천천히 두고두고 보고 싶었는데,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 어떻게 기다리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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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세탁기를 돌렸다.
빨래를 개고 이불을 빨았다. 겨울 이불 드디어 작별을 고하는구나. 남편은 공구를 펼쳐놓고 노트북의 하드디스크를 추가시켰다. 그 옆에 쫄랑 붙어서 구경을 하는 나. 엄마랑 1시간 가까이 통화도 했다. 낮잠 시간이 찾아와 이불속으로 들어간 우리. 나는 곧 잠이 들었고, 남편은 슬금슬금 빠져나와 실내세차를 하고 왔다. 혼자서도 시간을 알차게 쓰는 그 사람의 하루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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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남편 친구들과 화상통화를 나눴다.
회식이라고 표현하는 게 나을지도. 우리는 교촌치킨을 앞에 두고 닭다리랑 날개를 뜯었고 종종 감자튀김도 신나게 먹었다. 주로 코로나에 대한 이야기들, 그동안의 안부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꼬맹이들이 귀여워서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화면.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함께 있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다시 나태 구렁이로 변신해서 늘어져 있는 두 사람. 배 부른 밤이라 일기 쓰기 귀찮았지만, 마무리가 코 앞이다. 으 귀찮아. 그래도 다 적었다.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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