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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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일요일,
오늘이 토요일인가, 일요일인가.
연휴가 길어지니 날짜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어쨌든 쉬는 날이니까 늦잠을 자도 괜찮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다시 잠들어도 괜찮다. 아무렴 괜찮다. 8시 30분에 벌떡 일어난 두 사람, 하루를 꽉꽉 채워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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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빗소리가 들렸다. 토독토독.
흐린 날, 비 냄새가 가득한 날 우리는 과일 잔치를 연다. 우유, 도라지차, 커피 한 잔까지 내린 아침. 반숙 삶은 달걀 그리고 크림 카스테라. 호준이 오빠가 나오는 ‘삼시세끼 어촌편’을 보면서 낄낄길. 방송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어서 얼큰한 수제비가 맛있게 보인다. 겉절이, 된장찌개, 콩나물밥 등등. 남편은 요리가 하고 싶어 진다고 했다. 근데 나는 왜 속이 안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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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수제비도 찌개도 아닌 현실은 햄버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남편이 자전거를 꺼냈다. 귀엽게 헬멧을 쓰고 자전거 바퀴에 바람까지 넣고 가방을 메고 홀연히 사라진 그 사람. 날씨 때문에, 번거로우니까 시켜먹자고 했더니 굳이 나가겠단다. 아마 자유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거겠지. 농담처럼 말했지만, 내가 먹고 싶은 걸 사다 주려는 마음이 더 컸겠지. 그저 감사해서 배꼽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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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어락’을 틀었다.
맘스터치 싸이버거랑 맥도날드 빅맥을 펼쳤다. 오늘은 이 두 가지 다 맛있어서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신나게 먹고 신나게 늘어지는 오후 시간. 영화는 다소 답답한 부분도 있었지만 반전이 있어서 무섭게 봤다. 도어락, 열쇠에 의지하면서 집이 안전하다고 믿지만, 그 조차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반영했달까. 으. 괜히 호신용 경보기도 옆에 꺼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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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몇 시간이나 잔 거야.
남편은 슬램덩크를 보고 요리책을 펼쳐뒀다. 닭가슴살이 들어간 음식을 3가지 정도 추려놨지만 속이 안 좋은 나는 패스. 남편은 청국장이랑 시금치랑 물김치랑 밑반찬들을 꺼내 먹는다. 냄새조차 힘들어 과일도 저 멀리서 떨어져 먹는 나.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는데.. 쓰린 속을 달래러 밖으로 나갔다. 동네 산책 한 바퀴를 돌고 돌아 다시 집으로. 일요일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흐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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