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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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화요일,
기억에도 없는 내 행동.
뭔가를 뺏기기 싫었는지, 뭔진 몰라도 남편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고 했다. 자다 깬 남편은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그대로 쿨쿨 잠들었단다. ‘자냐’ 물음에 깬 나는 오늘도 사과를 한다. 아,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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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생각보다 일찍 일어난 우리.
나중에 볼 발레 공연을 위해 유튜브로 ‘호두까기 인형’ 설명 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어젯밤에 본 ‘낭만닥터 김사부’ 2화 뒷이야기가 궁금했는지 바로 드라마로 옮긴다. 10시, 국립발레단에서 온라인 공연을 상영한다고 해서 화면 앞에서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올해 크리스마스 대신에 어린이날 집에서 보는 발레 공연이라니. 따뜻한 겨울 배경, 익숙한 음악들과 웅장한 오케스트라, 귀엽고 잔망스러운 호두까기 인형, 늘 넋 놓고 바라보게 하는 무용수들. 아, 오늘도 멋진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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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머리를 잘랐다.
sns에서 본 영상이 있는데, 머리를 묶은 다음에 앞으로 넘겨서 원하는 길이대로 자르면 꽤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았다. 영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겠지만, 호기심이 왕성해진 나는 꼭 해보고 싶었다. 망치면 미용실 가면 되니까. 어차피 자르러 가야 하니까 재미 삼아 잘라봐야지. 신문지를 깔고 머리에 물을 적셨다. 말총머리를 앞으로 넘겼더니 남편이 내 머리채를 잡는다. 그리고 가위로 싹둑싹둑. 앞머리도 싹둑싹둑. 12센티정도 잘려나간 내 머리카락.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옆머리는 단발 길이, 뒷머리는 긴 머리였다. 가벼워졌다고 깔깔깔 웃는다. 우리 둘이 미용실놀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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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남편이 주방으로 들어간다.
이것저것 직접 음식을 해주고 싶어 하지만 속이 편하지 않은 나 때문에 한동안 바깥 음식만 찾았다. 그런데 오늘 밑간을 해둔 닭고기. 그 고기가 드디어 냉장고 밖으로 나왔다. 단호박, 버섯, 마늘을 썰어서 오븐에 넣는다. 지글지글 요리가 되어가는 동안 계란볶음밥도 준비하고 있다.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볶음밥도 맛있고 머스터드소스에 콕콕 찍어먹는 닭고기도 맛있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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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커튼을 세탁했다.
새로 뜯은 섬유유연제 향이 강해서 속이 울렁울렁. 남편은 주방 칼을 갈고 있었고, 나는 안방 침대에 누워서 남편을 구경한다. 소리도 꽤 컸는데 어느새 침 질질 흘리면서 자고 있던 나. 일어나자마자 돼지바랑 빵또아를 먹고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4화를 본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그 남자의 요리. 오늘은 전복 활용 편. 손질을 해서 절반은 데쳐서 먹고, 절반은 죽을 만들었다. 해 본 적도 없을 텐데 그 정성이 감사해서 내일 꼭 죽을 챙겨 먹어야지. 나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될까. 여러모로 감사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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