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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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수요일,
지난 목요일부터 화요일까지 6일동안 남편이랑 계속 붙어있었다. 내 옆에서 바쁘게 열심히 보낸 그는 오늘 드디어 회사로 출근했다. 집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랄까. 힘차게 남편을 배웅하고 누웠는데 내게 수요병이 찾아왔다. 시계는 10시 30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씻고 나와서 과일을 깎는다. 키위,오렌지랑 사과. 요즘은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과일에 흠뻑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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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랑 통화도 하고 반가운 사람들과 안부를 물었다.
어제, 오늘같은 컨디션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할 때쯤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다시 누웠고 무기력한 상태로 오후를 보낸다. 물도 안 들어가는 상태. 그렇다고 속이 너무 나쁜 것도 아닌, 괜찮은 상태도 아닌 울렁울렁의 연속. 5시쯤 밥을 안치고 집 앞 마트로 향했다. 필요한 건 헛개차랑 이온음료, 그리고 키위. 오늘은 왜 혼자 왔냐며 묻는 직원분은 나와 남편을 알고 계셨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예쁜 부부라며 달콤한 말도 건네셨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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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맛 아이스크림이 있길래 하나를 먹었다.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갔고, 해동해둔 소고기국이 다 녹지 않아서 저녁 메뉴가 갑자기 바뀌었다. 신라면과 전복죽, 그리고 소세지랑 단호박 구이. 남편이 음식을 하는 동안 화장실에 가서 변기를 붙잡는다. 거기서 만난 자두맛 아이스크림은 리얼했다. 먹자마자 보내버리네. 안녕. 그래도 다행히 전복죽도 먹고 라면도 맛있게 먹었다. 매콤한 신라면이 속을 달래주는 기분이었다. ‘낭만닥터 김사부’ 5화랑 콘칲을 먹으면서 마무리하는 월요일, 아니 수요일 밤. 매일 뭔가 새롭고 신기한, 신비한 경험을 하는 요즘이 낯설지만 그래도 행복한 것 같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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