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7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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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토요일,
알람은 왜 맞춰 놓는걸까.
일어나지도 않을거면서. 요란하게 울리는 9시 30분 알람소리. 우리는 시원하게 꺼버리고 쿨하게 자고 일어났다. 한 시간은 더 늘어져있다가 외출 준비를 했다. 돗자리, 과일, 보조배터리, 책, 필기도구, 과자, 담요 등 짐을 싸서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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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오늘은 시부모님이랑 새벽 4시에 황매산 철쭉꽃보러 가는 날. 하지만 철쭉이 많이 안피었다는 소식에 취소가 됐고, 갑자기 여유가 생긴 주말의 우리였다. 때마침 3월 앞장에서 후기 이벤트가 당첨돼서 선물을 받으러가게 됐다. 어쩌다보니 때마침 풍등축제 티켓까지 우리 손에 들어왔다. 이렇게 토요일 일정이 채워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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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앞산거리로 출동.
아라리오 가게에서 잠깐 머물었다. 사장님이 내어주신 따뜻한 차를 호로록거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무엇보다 엉덩이가 들썩거릴 정도로 날씨가 좋아서 우리 모두 두근두근거렸던 순간. 애정이 담긴 선물도 받고 추천해준 근처 문방구에 들렀다. 갤러리처럼 멋진 곳을 둘러보고 구름동동 하늘을 보며 봄날 봄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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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늦어져서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골목골목을 누벼가며 겨우 주차를 해놓고 달떡에 가서 떡볶이, 만두, 순대를 흡입한다. 지금 먹지 않으면 저녁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든든하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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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대구 풍등축제.
재작년에는 늦게 알아서 못가고 작년에는 티켓팅 실패로 못가고, 올해는 까먹어서 못갔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티켓이 생겨서 숭구리당당 숭호오빠 일행과 같이 입장했다. 고맙숭숭. 생각보다 꽤 좋은 자리를 잡아서 만족스럽다. 방송국 사람들처럼 카메라 별의별 장비를 다 설치하는 두 사람, 그리고 삼각대와 카메라, 폰을 사용하는 우리. 두근반 세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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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반부터 저녁8시까지 여유롭게 시간을 흥청망청 흘려보냈다. 다들 시간을 떼우기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 우리는 커피, 과일, 과자를 먹고 책을 읽고 낙서를 하고 폰을 만지고 사진을 찍고 라이브방송도 했다. 주변 사람들의 통닭구경까지 눈이 빙글빙글돌아가는 것처럼 바빴다. 분명히 아깐 날이 밝았는데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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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행사시작.
부처님 오신 날로 불교행사를 하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두류야구장을 꽉 채울정도로 사람들이 많은 이 곳에 풍등을 날리며 소원을 빌거나 예쁜 풍경을 각자의 방법으로 담기 시작한다. 눈으로, 마음으로, 사진으로. 여기에 없는 지인들에게 보여주려고 영상통화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풍등이 바람을 타고 올라가는 그 모습이 너무 황홀해서 코끝이 시려지는 것 같았다. 추운 날씨도 잊어버리고 내가 아는 감탄사를 총원해서 표현했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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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 아니다.
풍등을 날리고 거리엔 연등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두류공원에서 반월당까지. 우리는 그 많은 인파를 뚫고 맨 앞에 있는 군악대와 같이 나란히 걷게 됐다. 쿵쿵짝 쿵쿵짝 소리가 좋고, 흘러나오는 아리랑 음악이 좋아서 퍼레이드 코스 끝까지 갔다. 누구보다 선두를 유지하며 80분정도 걸어간 종착지에는 ‘다 끝났다’는 기쁨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우리는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다. 왜냐하면... 차가 두류공원에 있으니까...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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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고 싶은데 피곤하기도 하다.
일단 늦은 저녁밥으로 감자탕을 한 그릇씩 비웠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씻고나니 1시. 일기를 다 쓰고 나니 2시반. 내일도 늦잠을 자겠구만. 어쨌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오늘. 별처럼 하늘에 수를 놓듯 이쁘게 날아가는 풍등, 풍등을 날리는 사람들, 풍등을 바라보며 웃음짓는 사람들 모두 소원이 이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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