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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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일요일,
나는야 의지의 이숭이.
눈꺼풀이 당장이라도 덮힐 것처럼 풍등을 그려보고, 어제 그 감정들을 고스란히 기록했다. 방 조명을 끄고 나도 스위치를 껐다. 에너지발산형 이숭이는 중간이 없다. 퍼레이드구간을 끝까지 걸어갔다오다니. 흥이 차올라서 그만큼이나 움직이는 나도 대단하고 따라가주는 남편도 대단하고 우리도 참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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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11시 전에 일어났다.
어제 보다 만 ‘더블타겟’이라는 액션영화를 본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이불 속에서 녹아져 있다. 그 사이에 남편은 세탁기를 돌리고 공구를 꺼내 드르륵드르륵 거리기 시작한다. 요상한 괴성을 내며 일어나는 이숭이. 뜨아아아~~~ 거울 속에 내 모습은 귀신산발머리에 퉁퉁 부어 있었다. 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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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마른 수건을 개어 넣었다.
그 많던 집 수건을 다 쓰고 나니 새삼 불편했던 요즘, 그리고 다시 가득 채워져 수납장이 든든해졌다. 그러다 둘이서 점심 메뉴를 고민했다. 토스트를 먹자니 식빵, 야채가 없고 카레를 먹자니 덜 끌리는것 같고. 차려먹는 것보다는 사먹는게 돈이 덜 나간다는 묘한 결론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목표는 자전거를 타고 한정식 식당으로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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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따사롭지만 은근히 쌀랑했다.
페달을 밟고 씽씽 달려간다. 오르막길도 제법 잘 올라가는 이숭이. 늘 내가 앞장서면 뒤에서 차가 오는지 안오는지 봐주는 남편. 달리고 달려서 식당에 도착했다. 1인당 6,000원하는 이 곳은 우리가 종종 오는 편인데, 내가 15가지의 음식을 차릴 솜씨도 안되기도 하니 꽤 타협하기 쉬운 곳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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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동네를 돌다가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빙글빙글 길을 만들어 조성한 공원에서 몇십바퀴는 돈 것 같다. 한번 푹 빠지면 계속 달리는 이숭이를 곁에 두고 각자 계속 돌았다. 풀밭과 자전거를 배경으로 사진도 남겼다. 다음에도 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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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식당 옆 테이블에서 서로 존중을 하지 않고 싸우는 부부를 보면서, 우리가 다투더라도 인격적으로 예의와 존중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현실적인 이야기도 주고 받는다. 각자의 집, 집안, 종교, 그 외 환경과 성향들을 비교해보는데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두 사람. 우리가 파이팅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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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저녁잠, 그리고 과자파티.
어제 다녀온 풍등축제를 곱씹어보며 일요일 밤을 평화롭게 보냈다. 설거지를 해도 ‘고마워’라고 말하는 남편, 고기를 발라주는 남편에게 ‘고마워’라고 말하는 나. 사소한 것도 고맙고 소중하게 느끼는 우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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