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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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월요일,
주말 끝, 월요일 시작.
달콤했던 꿈나라를 다녀온 우리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6시 20분, 이제는 밝아서 새벽같지 않지만 내 몸은 이불 속에 머물고만 싶어진다. 으쌰으쌰 월요일. 파이팅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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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을 외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남편은 출근을 했고 큰집 제사가 있어 나는 며느리로 변신했다. 대구에서 경산까지 가야하는데... 광역시 운전 쫄보 이숭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내사랑 뚜벅뚜벅다리, 내사랑 지하철. 부랴부랴 챙겨서 아침7시 45분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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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인가보다. 나이스 타이밍.
지하철 승강장에 서자마자 지하철이 왔다. 한 번의 환승이 있었지만 출근 시간임에도 앉아서 갈 수 있다니, 나는 럭키숭이다. 역에 내려서 목적지까지 잘 찾아만 가면 아주 멋지게, 그리고 일찍 도착하리라. 하지만 나는 그냥 순조롭게 끝나지 않는다. 어머님은 초행길이니까 택시타고 가라고 하셨는데... 큰 형님이 시내버스, 순환버스, 택시를 알려주신 이후로 선택 폭이 넓어진 나는 고심 끝에 노선과 번호를 확인하고 용감하게 버스를 탔다. 결론은 반대로 향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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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는 안봐도 뻔한 비디오.
이상한 걸 감지했는지 버스에서 내리고 이젠 택시를 탈 생각이었다. 택시는 안잡히고 버스는 한참 기다리다가... 겨우 타고 도착했다는 이숭이의 경산 여행. 예상은 9시 15분이었는데, 도착한건 10시 가까이.. 아이참. 역시 길치 방향치는 모험심, 자신감이 불타올라도 시도를 하면 안된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쏟아부은 에너지, 시간을 생각하면 택시가 정답이다.... 택시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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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찾아온 나를 반겨주시던 형님들.
커피 한잔, 바나나, 과일로 배를 채우고 느긋하게 움직인다. 전 날에 이미 음식을 준비하신 덕분에 해야할 일들이 많이 줄었다. 추리닝바지도 챙겨왔는데 헤헤헤. 형님들의 로봇이 된 이숭이는 돔베기를 꼬지에 끼우고, 밤을 까고 취나물을 골라낸다. 그릇에 음식을 담는 형님의 왼팔이 되기도 하고, 엉성하게 과일도 잘라냈다?. 무엇보다 점심이 맛있어서, 맥주가 시원해서 그냥 다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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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제사에 참석했다.
덕분에 돌아가는 길은 아주 편하고 안락했다. 아침은 어드벤처 컨셉이었다면 오후에는 힐링여행이다. 서로 고생했다며 다독이는 우리. 평화로울 줄 알았던, 자유가 찾아올 줄 알았던 이숭이는 갑자기 정형외과를 갔다. 왼쪽 발등뼈가 아파서 시큰시큰거린다. 이유를 생각하면 할수록 아플 이유가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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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 여행에서 발목을 접질렀다.
그 이후로 아팠는데 못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많이 움직여서 통증을 캐치한 듯하다. 요가, 필라테스, 걷기, 뛰기, 농구게임, 자전거타기 등 무리갈 만한 이유가 여러가지나 있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다행히 문제는 없었고 인대가 늘어났나보다. 당분간은 운동.... 빠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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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는 길도 비가 엄청 내린다.
플랫슈즈는 다 젖었고, 발목에 전기치료 스펀지모양 도장이 쾅쾅 찍혀있다. 옷도 실컷 젖고 꿉꿉한데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참 좋다. 집안 행사가 잘 끝나서 좋다. 그냥 좋았다.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 동네꽃집에 들어가 작약 두송이를 샀다. 활짝 피면 참 이쁘겠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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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을 취하기는 무슨....
장보러 마트로 가는 우리. 요즘 새로운 공식, 마트=농구게임. 발목이 아파도 신나게 던지고 슛을 날려본다. 마음대로 안들어가서 속상했지만 그래도 최고 기록을 세웠으니께 그거면 됐으. 과자, 우유, 맥주를 담고 집에 오자마자 녹초가 된 우리 두 사람. 평소에도 참 고마운데 오늘도 참 고맙고 사랑스러운 가자미같은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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