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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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목요일, 어우 일기쓰기 귀찮아.. 새벽 두시 토도독 토도독 빗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한껏 열어둔 창문을 닫고 다시 잠을 자러 슝. 그러나 더워서 깨고, 한 번은 깼다가 바로 잠이 들지 않아서 뒤척뒤척인다. 틈틈이 물을 마셔가며 갈증을 없애고 다시 잠드는 이숭이. 그러는 사이에 조심스레 조용히 아침이 밝아왔다. . 오늘은 오렌지 두 개랑 삶은 달걀 하나. 좀처럼 까지지 않는 오렌지랑 씨름을 하느라 조물딱 조물딱 손맛이 더해진다. 흐흐. 배웅을 하는 길, 남편 볼을 잡고 부비부비하는데 풍겨오는 오렌지향. 나 과일 핸드크림을 발랐나? . 아침엔 요구르트, 점심엔 초코파이랑 우유. 이 것 밖에 안 먹었는데도 속이 부글부글. 그러다 배가 고파져서 쑥떡 하나를 먹었다. 알다가도 모를 내 속의 세계. 무엇보다도 양을 적게 먹는 게 최선인 듯하다. 갑자기 하트시그널을 틀었다. 연애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지, 보는 내가 다 설레네. 그러다 다시 누워서 빈둥거리고, 엄마랑 영상통화를 하기도 했다. . 퇴근하는 남편 시간에 맞춰 햄버거를 주문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빅맥세트. 그리고 한 번 마시고 반한 자두칠러까지. 내일 남편이 쉬는 날이라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몹시 신났다. 발동동 하이파이브 짝짝짝. 삼시세끼 어촌편과 햄버거, 에어컨, 수박이 있는 우리집은 행복은 다 가진 곳이었다. . 더부룩한 배를 붙잡고 있는 나, 둥그런 수박을 붙잡고 있는 남편. 남편이 씨 없이 수박을 써는 방법을 알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포크로 일일이 콕콕 빼내고 있다. 씨를 발라내는 수작업 노동의 현장. 그 커다란 수박은 어느새 통에 차곡차곡 들어가 있고, 자로 잰듯 반듯하게 줄을 선 것 같았다. 보기만해도 시원해지는 기분. 뭐든 열심히 정성인 우리 남편 오늘도 최고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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